의사들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사흘간의 의료계 집단 진료거부가 끝났다. 하지만 정부가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을 고발 조치하고 의료계는 추가 파업을 예고해 의료 대란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9일 오전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 일정을 모두 마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흘간 진행된 이번 파업에서 개원의 참여율은 10% 안팎을 기록했다. 26일 10.8%, 27일 8.9%, 28일 6.5%다.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75% 넘는 참여율을 보이며 집단 진료거부를 주도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펠로)도 35%를 넘는 참여율을 나타냈다.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낮아 1차 진료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전공의들이 대거 현장을 떠난 대형병원에서는 '의료 대란' 수준의 혼란이 발생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시내 주요 병원들은 수술을 40%가량 연기하고 외래 진료와 입원도 줄였다. 부산과 의정부에선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행정권을 동원했다. 정부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27일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에도 전공의·전임의들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추가 고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고발 조치에 반발하며 28일 이후에도 무기한 집단 진료거부를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벼랑 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전공의와 전임의의 80%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게 대전협의 설명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고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코로나19 안정 시급… 진료현장 지켜라
이후에도 대형병원에서의 의료 공백은 지속될 전망이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사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당사자 간에 고용 관계가 종료되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 사표를 제출해도 사표가 수리되기까지 근로관계가 존속하는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집단휴진이 계속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효과적인 감염병 진료체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반드시 진료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은 지난 28일 오후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회의를 열고 오는 9월7일 3차 무기한 집단 진료거부를 강행하기로 결의했다.

의협은 "복지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은 부당한 공권력의 폭거"라며 "고발 조치만으로 이미 회원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가용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의 조속한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며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는 9월7일부로 제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일정으로 돌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고발 카드를 꺼내들며 젊은 의사들 분위기는 더 과열됐다. 의사 그만두겠다'는 분위기다"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도 진정 안되면 어쩌나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