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원태성 기자 = 전임의·전공의·의대생들이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꾸리고 강경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들의 공백을 메우던 교수진까지 단체행동에 속속 동참하면서 의료공백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서울 주요병원들은 남은 의사 인력을 중증·긴급 진료에 재배치하면서 당장 진료 규모가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환자들은 진료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휴진 13일째를 맞은 2일 오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이 병원은 지난달 28일 전임의 60명 중 43명이 정부의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고려대 구로병원은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 과의 대기 장소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40명까지 대기인원이 몰렸다. 환자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그만큼 대기 인원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 여파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외래 환자들은 파업 여파로 진료 예약이 변경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외래진료를 위해 내방한 60대 A씨는 "원래는 1주일 전쯤 진료 예약이 잡혀 있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오늘로 날짜가 변경됐다"며 "나 말고도 보통 1주일에서 10일 정도 다들 예약이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파업 장기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다리 수술로 3주째 입원 중이라는 환자 B씨는 "의사 보기가 너무 힘들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어제 다리가 너무 안 좋아서 의사 선생님 좀 불러달라했는데 오랫동안 오지를 않더라"며 "결국 보긴했지만 진통제만 투여하고 간단하게만 말하고 가더라"고 전했다.
항암치료를 위해 6일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C씨 역시 "항암치료 일정이 조금 지연되고, 의사 만나기가 힘들어진 점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받아야 할 치료를 못 받은 적은 없었다"면서도 입원 직전 응급실에서 오랜 시간 대기했던 점을 이야기하며 "정말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온다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환자들의 우려 속에서 정부와 의료진들의 대치는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에는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전임의들 모여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정부가 4대 정책을 전면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명문화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무기한 파업으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현장에서도 젊은 의사들의 공동행동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병원이 남은 인력을 응급·병동 의료에 집중하면서 주요 대학·종합병원의 가동률은 계속 줄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간 내과 외래 신규환자 규모를 10% 정도 축소하고 입원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외래 진료를 보던 교수들이 파업에 참여한 전임의와 전공의를 대신해 병동 진료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 역시 지난주부터 절반 규모로 줄어, 병동 환자도 그만큼 감소한 상황이다.
강남세브란스와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빅5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응급도가 낮은 수술과 진료 위주로 예약을 뒤로 미루고 있다. 일부 병원은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경우,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젊은 의사들의 공백을 메웠던 교수진들까지 단체행동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전공의 파업 이후 서울성모병원은 외래가 10~15%, 수술이 40% 정도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과 교수일동이 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에 항의하는 취지에서 오는 7일 수술과 외래진료 중단을 선언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중증·응급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일부 수술은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외래 역시 파업 이후 일정 계속 조정 중인데 내원객 자체가 많이 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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