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두 달 만에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이 또 다시 공전됐다.
지난 3회 공판준비기일까지는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해 공전됐다. 그러나 24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놓고 공방이 벌어져 별다른 진전 없이 25분 만에 재판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이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4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 앞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은 수사기록의 열람 등사를 모두 완료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순서가 됐다.
그러나 피고인들 중 일부가 검찰의 포괄적 증거신청을 놓고 반발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측 변호인은 "한 전 수석은 사실상 전체 공소장의 매우 지엽적인 부분에만 관련이 있다"며 "기록을 열람해본 결과 일부 증거들은 한 전 수석 공소사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거인부 자체가 효율적 재판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증거를 피고인별로 분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백 전 비서관 측 변호인도 "우리도 동일한 의견"이라며 "다른 피고인들과 관련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 증거들은 모두 공소사실 입증 위해 필요한 증거들로, 피고인들과 무관하지 않다"며 "울산시청 공무원인 피고인들이 송 전 부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과 공모해 범행을 하게 된 경위, 선거전략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조사가 필요하다. 피고인들과 무관한 증거들이 존재한다는 변호인들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제출된 증거목록의 입증취지가 한 전 수석 어떤 혐의와 관련이 있는지 최소한 밝혀져야 한다"며 "피고인이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증거인부를 하도록 하는 게 온당한지 재판부가 석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별로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관련성이 없는 전혀 별개의 것은 나눠서 해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라는 단일선거에서 공무원들의 관여가 공소사실"이라며 "재판장 말처럼 피고인별로 구분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공소사실 문구나 내용만 갖고 피고인별로 나누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분리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이 상의해 반영할 것을 반영해 다시 수정해 내면 제출받고 증거인부를 받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10월30일 오전 10시에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에 대한 의견을 다시 듣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받은 뒤 두 달여 만에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송 시장은 2017년 9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를 청탁하고, 송 전 부시장은 같은해 10월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시장 측근 관련 비위를 제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제보를 재가공한 첩보를 작성했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이를 그해 11~12월 경찰청, 울산경찰청에 차례로 하달했다.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인사조치하고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를 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가 적용됐다.
송 전 부시장은 2017년 8월~2018년 4월 송 시장 캠프에 합류한 시기 울산시 공무원 4명으로부터 시 주요 업무보고 등 내부자료를 건네받아 송 시장 선거공약 수립에 활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한병도 전 수석은 2018년 2월 송 시장의 당내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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