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회사 관리부장이 회사명의로 경락받은 건물에 가서 유치권을 방해하는 행동을 했다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사는 2018년 10월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아파트 호실을 A사 명의로 경락받고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쳤다. 이 아파트는 B사가 2015년부터 공사대금 채권에 기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A사의 관리부장 양씨는 2018년 11월 아파트 호실 출입문 앞에 게시된 B사 소유의 '유치권 행사 공고문'을 떼어내고, 드릴를 이용해 B사가 설치해 놓은 전자열쇠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 후 새로운 전자열쇠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 제323조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1심은 권리행사방해와 문서손괴, 건조물 침입 등 혐의를 인정해 양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해당 아파트는 A사의 소유이고 양씨는 소속 부장일 뿐이므로, 양씨가 A사의 대표이사와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문서손괴와 건조물침입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대리인이 대표기관과 공모 없이 그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타인이 점유하는 법인의 물건을 가지고 간 경우에는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법률적·사실적 효력이 동일하다"며 "법인의 물건을 법인의 이익을 위해 가지고 갔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씨의 동생이 A사의 대표이사인 점, 양씨가 관리부장으로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부동산 임대 및 주유소 영업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점, 양씨가 대표로부터 아파트에 관한 모든 업무 및 권한을 위임받은 후 새 열쇠를 설치한 점에 비춰보면, 양씨의 행위는 A사의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다름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권리행사방해죄에서 ‘자기의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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