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내에 출시된 중국 페이퍼게임즈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를 계기로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해당 게임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복 테마를 추가하자 “한복은 명나라의 한푸”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자국 여론을 의식한 게임회사가 결국 모든 한복 아이템을 삭제했다. 이어 페이퍼게임즈는 공식 카페를 통해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과 일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히며 일주일 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동북공정은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의 역사를 중국사라고 우기며 이론화하는 작업이다. 이에 남북한 모두가 거세게 반발하자 중국은 전략을 바꿔 한국의 역사를 지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동북공정의 연구 성과는 학술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일반 중국인들의 상식을 바꾸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복 외에도 쌈과 아리랑 등 한국의 주요 문화가 본래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할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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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북공정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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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조법종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상황을 무마하는 데 그치는 대증적인 방식을 지양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구 논리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나 관련 기관은 사건이 터져야만 방어를 한다”며 “좀 더 큰 틀에서 문제에 관한 전략을 논의하고 검토하는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는 샤이닝니키 사태로 재점화된 문화판 동북공정이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곡된 역사관을 퍼뜨리는 중국 누리꾼들을 한국의 ‘일베저장소’(일베)에 비유하면서 “소수의 잘못된 주장을 중국의 전체 민심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구수가 세계 1위인 중국에는 그만큼 비상식적인 성향의 사람도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몰지각한 일부 사람들의 주장을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 교수는 또 문화 동북공정이라고 불리는 여러 사건에 대해 “매우 극소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라 중국 내에서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서 싫어하든 증오하든 비판하든지 해야 한다”며 “중국인들의 극단적인 발언에 휘둘리는 것은 결국 우리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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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성 훼손’ 오명 받던 新한복, 이제는 한복 유행 마중물로━
샤이닝니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한복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리 사회에서 한복이 활발히 소비돼야 한복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최근 사람들에게 한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신(新)한복’이 떠오르고 있다. 신한복이란 2014년 한복진흥센터가 정의한 용어로 전통 한복을 현대에 맞게 변형한 것을 의미한다. 생활한복과 개량한복, 퓨전한복 등 여러 표현으로도 불린다.
15년차 한복 디자이너이자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대표는 생활한복이 한복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황 대표는 “무턱대고 한복 소비를 종용하는 건 효과가 없다”며 “생활한복은 한복 입문자들이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한복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고 긍정했다.
그는 “신한복이 한복을 파괴한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한복이 우리 것임을 자랑하는 게 먼저”라며 “특정 잣대로 한복을 평가하고 배제하기보다는 한복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해주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BTS의 해외 팬들에게도 우리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한복'이 많은 조명을 받은 것을 보고 굉장히 놀라웠다”며 “문화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활한복 쇼핑몰 ‘하플리’를 운영하는 이지언 대표는 “중국의 ‘차이나카라’나 일본의 ‘기모노자켓’처럼 전통의상을 모티브로 한 동아시아풍 패션은 시중에 많지만 한복 풍의 아이템은 한번도 유행한 적이 없다”면서 “한복 시장은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아직 매우 작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 경각심을 가지고 한복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이 우리 문화를 알고 적극적으로 즐겨야만 누군가 한복을 뺏어가거나 함부로 소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샤이닝니키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상에서 한복을 알리는 ‘한복 챌린지’가 활발히 진행돼 생활한복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샤이닝니키 사건이 발생한 후 우리 쇼핑몰에 연락을 주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한복 챌린지 덕분에 공식계정 팔로워 수가 몇백명씩 증가할 정도로 브랜드가 많이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생활한복의 인식이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이게 한복이냐’라는 비난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생활한복을 좋아하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샤이닝니키 사건을 계기로 생활한복 제작자가 자신만의 철학으로 전통을 해석해 디자인한 작품을 좋게 보는 시선이 생겼다는 것.
아울러 이 대표는 “한복 동북공정 논란이 한국인들에게 한복을 더 많이 알리고 소비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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