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영동조선소. /사진=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이 매각된 이후에도 조선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오는 14일 열리는 한진중공업 매각 본입찰에서 유력 우선협상대상자 후보로 거론된다. 

매각 앞둔 '대한민국 조선산업 1번지'

KDB인베스트먼트는 한진중공업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이 구조조정 자산을 정리할 목적으로 지난해 설립했다. 한진중공업의 산업은행 보유 지분은 16.1%다.

한진중공업 발행주식 83.45%가 매각 대상으로 매각금액은 약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10월 26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KDB인베스트먼트-케이스톤투자파트너스, APC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NH PE-오퍼스 PE, 한국토지신탁, SM그룹 등 7곳이 참여했다. 

한진중공업이 매각된 이후 조선사업을 계속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한진중공업은 쇄빙선·소형LNG선·해군함정 등 특수목적선 건조 기술을 보유한 중소 방산·조선 업체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는 '대한민국 조선산업 1번지'로 불리운다. 전신은 대한조선공사다. 일제시절인 1937년부터 역사가 시작됐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최초의 국산 경비정 '학생호' 건조를 시작으로 독도함, 마라도함, 초계함, 상륙함 등 국내 최다 함정 건조실적과 중형 유조선 및 중형 컨테이너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2016년 조선업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산은 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업계는 한진중공업이 고급 벌크시장도 겨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은 중국 조선사가 단가를 10% 이상 낮추며 입지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오는 2024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가 전세계 해운으로 확대되면 선가가 아닌 연비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중공업은 고유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대부분 원매자들은 영도조선소 이전과 개발을 전제로 한진중공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동조선소는 부산 북항 재개발 1·2단계 프로젝트 대상지를 모두 마주 보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전체면적 26만㎡ 규모로 아파트 또는 상업 용지로 개발한다면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한진重+STX조선해양 재편?

일각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한 후 특수선부문을 STX조선해양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개발을 위해서는 영도조선소 부지를 비워야하는데 한진중공업의 조선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STX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수주를 늘려야 하는 STX조선해양 인수자 입장에서는 한진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인수가 반갑다. 지난해 삼강엠앤티에 특수선사업부를 매각한 STX조선해양의 진해조선소 부지에는 아직 특수선 건조부지와 일부 장비들이 남아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39.8%, 한진중공업 63.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을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긴 후 STX조선해양과 조선사업 부문을 재편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 부산광역시는 내부적으로 조선소의 부산 밖 이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하고 있다. 조선업 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영도조선소의 도크(선박 건조시설) 길이는 200~300m로 다른 대형 조선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여서 선박 대형화 추세에 맞추려면 매각 이후 새 야드를 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다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신중한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매각과 관련해서는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