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너희들이 뭔데 아이를 만나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냐, 변호사를 고용해서 고소하겠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이럴 때 경찰에 동행을 요청하는데, 간혹 경찰과 협조가 안 될 때도 있어요. 저희는 수사 기관이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했다. 민간의 사회복지사보다는 공적 영역에 있는 공무원의 조사에 사람들이 좀 더 협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각 시·군·구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이들이 현장 조사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13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에 따르면 여전히 조사에 불응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학대 행위자가 현장 조사를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 2달 동안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조사 불응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0건이었다.
◇학대 행위자, 조사 완강히 거부…"경찰 협조 안 될 때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조사를 나가더라도 결국 학대 아동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올 때가 많았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A씨는 "집안일인데 왜 조사를 하느냐고 거부하는 사례도 있고 연락 자체가 안돼서 불시방문을 했는데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부부싸움도 아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보고 조사하는데, 이럴 때는 조사 거부율이 높아 개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대 행위자가 조사를 계속 거부하면, 수사기관인 경찰과 동행해 조사를 진행하지만 실제 경찰과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B씨는 "조사가 어려우면 경찰이 동행하게 돼 있는데 협조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다"며 "경찰들은 이미 한 번 수사했으니까 개입할 게 없다는 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처벌하냐 마냐의 관점으로 사건을 보는 데 반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복지적인 관점으로 가다 보니 협조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서에도 학대전담경찰관이 있지만, 이들은 아동학대뿐 아니라 가정폭력, 노인학대 등 학대와 관련한 다양한 사건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도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찰들이 워낙 극악무도한 사건들을 많이 다루다 보니,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편"이라며 "경찰들 말로는 아동학대로는 승진도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한다고 하면 오히려 조사 어려워져"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학대 행위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A씨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하니 협박하는 거냐며 반감만 불러일으켰다"며 "민원만 발생하고 사람들이 조사에 더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C씨는 "과태료를 내라고 하면 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사실 조사 목적이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것인데 과태료 부과가 별 실효성이 없어 최대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조사에 불응하는 사람에 대해 아동복지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뿐 아니라 법적인 처벌도 가능하지만 해당 법을 활용했다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찾기 힘들었다.
아동복지법 제 71조 2항 7호에 따르면, 관계 공무원이나 전담 공무원이 진행하는 아동학대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기피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아동 조사 업무를 진행하던 시기에도 해당 법이 활용된 사례는 전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제 71조 2항 제7호로 실제 처벌한 건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0건으로 나타났다.
◇특수사법경찰권 도입 필요…"공무원 '권위' 높여줘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조사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특수사법경찰권을 도입해 이들의 권위를 높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이들에게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민간이 하던 조사 업무를 공공화한 것은 바람직한데, 여전히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이 강제 조사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람들이 경찰 말은 듣기 때문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에게도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공적 권위를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역시 "정부가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이관한 취지가 조사 업무에서 강제성을 발휘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는데 사실상 이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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