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2018년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벌금 500만원이라는 약식기소 처분으로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유용했다는 의혹도 혐의가 없음이 밝혀졌고, 나랏돈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던 현직 경총 간부들도 죄가 없음을 인정받았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이 자녀들의 학자금을 경총으로부터 지원받는 과정에서 규정보다 3000만원 가량 많은 돈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해 이에 대해 약식기소 했지만 1억9000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근거 없이 받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 전 부회장이 벌금을 납입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앞서 2018년 7월 경총에서는 수십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김 전 부회장은 이미 퇴임한 상태였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전 부회장 재임 시절 경총 관계자들이 사업 수입 일부를 빼돌려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임직원들의 격려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보도는 김 전 부회장이 2년 임기의 부회장직을 7번 연임하면서 경총의 자금과 인력을 주무르는 전횡을 휘둘렀다는 지적과 함께 김 전 부회장의 개인 사무실에 비자금을 보관하기 위한 대형 금고가 있었다는 증언도 소개했다.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경총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2018년 9월3일부터 7일까지 지도점검을 실시한 고용부는 비영리법인 운영사안 5건, 정부용역사업 사안 4건 등 총 9건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라 고용부는 김 전 부회장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용부는 김 전 부회장이 업무추진비로 1억9000만원의 상품권을 사용처 증빙 없이 챙기고 자녀 학자금을 내부 규정을 6000만원 가량 초과해 수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고용부 조사에서 경총이 2010년~2017년 사이 임직원에게 특별상여금 약 67억원을 별도의 규정 없이 지급하고 이를 이사회·총회에 보고·승인받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특별상여와 관련한 내부규정을 구비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리고 이사회·총회 미보고·미승인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 다만 특별상여금이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됐다거나 경총 임원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다.
고용부의 수사 의뢰로 김 전 부회장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과거 사용하던 경총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하지만 2년 동안 진행된 검경의 수사에도 비자금 조성에 대한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출 증빙이 되지 않았던 업무추진비 사용도 전부 소명이 돼 무혐의를 받았고 혐의가 인정되긴 했지만 학자금 초과 지급분도 6000만원이 아닌 30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김 전 부회장은 "개인적인 횡령에 대한 혐의는 깨끗하게 소명이 됐다"라며 "학자금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식 재판을 청구해 싸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현직에 남아있는 직원들의 잘못으로 처벌을 미루는 것 같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자금 문제에 대해 고의가 아닌 실수일지라도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다면서도 경총 부회장의 연봉 수준에서 그 정도 수준의 학자금을 고의로 횡령하려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회장 외에도 고용부는 경총이 정부 용역사업사업 횟수를 부풀리고 수당을 목적 외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경총 간부 2명에 대해 추가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역시 약 2년간 경찰과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결국 2명의 간부는 지난해 9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수사 의뢰 대상이 됐던 경총 간부는 "당시 수고를 했지만 수당을 못 받는 직원들에게 다른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수당을 나눠준 것인데 그게 횡령이 됐다"라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징계 진행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총은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몰렸고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의 직접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던 김 전 부회장도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2017년 5월25일 김 전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하자 이튿날 문 대통령이 직접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일각에서는 김 전 부회장과 경총에 대한 수사가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경제 단체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당시 정치권에서 김 부회장에 대한 반대 기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경총 내·외부에서 들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의뢰했던 고용부 측은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주무 부처로서 점검을 했고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으니 수사의뢰한 것일 뿐"이라며 경총에 대한 청와대의 지적이나 김 부회장의 개인적인 언행 등이 점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과 관련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김 전 부회장은 "불가피한 부분에서는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고 외주 하청 문제를 비정규직 문제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인데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를 한 것 같다"라며 "지금은 하나의 논리적인 반대 의견이었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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