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8일 오후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기태 기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시작되면서 법원이 내릴 판단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의 칼끝이 '윗선'을 향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법원이 이를 기각할 경우 검찰의 수사는 명분과 동력을 잃는다는 점에서 이날 구속심사는 '원전수사'의 향방을 판가름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운규 전 장관 구속실질심사 시작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대전지법 301호 법정에서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백 전 장관은 법정에 입장하기에 앞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원칙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늘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감사원 감사 중 산업부 공무원 3명에게 원전 관련 문건 530건을 삭제하도록 직접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백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산업부 공무원들은 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수치를 낮추도록 요구했고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이를 근거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가동 중단을 의결했다. 백 전 장관은 또한 한수원의 결정 과정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달 25일 백 전 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지난 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찰의 수사는 한층 추동력을 얻어 청와대 윗선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수사 지속 vs 중단 중대 분수령
앞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에는 삭제한 자료 중 청와대 보고 문건이 여러 개 포함됐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었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 있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백 전 장관의 구속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온 야당에게도 명분을 더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하면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애초에 원전수사 자체가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였다는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원전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 복귀 후 가장 먼저 챙겼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말 검찰이 원전수사를 시작하자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중요 정책으로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정부 정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무모한 폭주를 멈추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백 전 장관 구속 여부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