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기태 기자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원전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향후 구속영장을 재청구 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법원,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0시40분께 백 전 장관에 대한 대전지검 형사5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범죄혐의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의 수사도 난항에 빠질 전망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지시 배경 '윗선'에 청와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백 전 장관의 구속수사를 바탕으로 전 청와대 산업비서관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려 했지만 발이 묶이게 됐다.

검찰이 백 전 장관에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 '무리한 수사' 비판 거세질
무엇보다 여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검찰의 원전수사 초기부터 정부의 정책영역에 검찰이 개입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말 검찰이 원전수사를 시작하자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중요 정책으로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정부 정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무모한 폭주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지난 8일에도 YTN 뉴스에 출연해 "이번 영장 청구가 정책 결정 과정까지도 검찰의 사법적인 관찰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도는 아니길 바란다"며 "그런 의심이 들 때는 저희도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재차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차례 영장 기각으로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 빌미까지 내준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서류를 삭제한 혐의 등을 받는 산업부 전 공무원 3명은 이미 기소돼 다음달 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