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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최근 정치권 내 이른바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법안'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사고나 수술실 내 성폭행 등 중대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적극적인 치료를 저해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반대 논리가 맞서고 있다.

20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관련 법안 심사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지난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초 발의했지만 19·20대 국회 때 번번히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총 3개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남국·안규백·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며 모두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과 의료사고와 같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서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취 후 성폭행·성희롱 등 중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와 의료분쟁 발생시 수술 과정을 입증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 입장 쪽은 CCTV 설치시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몰아 집중력을 저해하고,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치료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또 CCTV를 관리하는 운영자·기술자 등이 영상에 접근해 다른 경로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의사와 환자 사이 비밀 유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논란에 불을 붙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술실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투명한 정보공개 시대에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 고유의 권한 침해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며 반대하는 것은 배타적 특권의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수술 당사자가 원한다면 수술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정상적으로 수술을 집도한 의사 입장에서도 CCTV 영상은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극히 일부 의료기관의 사건을 빈번한 것으로 부풀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확대·재생산하고 일반화하는 것은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술실은) 개인적으로 감추고 싶은 민감한 신체 부위가 빈번히 노출되는 장소인 만큼, 네트워크 전문가가 전무한 의료기관의 보안 취약성을 노린 해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비밀 채팅방과 온라인에 영상이 돌아다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주최로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1.5.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소수의 의사들에 대응하려면 최소한 CCTV라도 필요하다는 의견과 온라인상에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소위 '영상 조리돌림'은 막아야 한다는 반박이 맞선다.
직장인 차모씨(30·남)는 "의료사고의 대부분은 유가족 측이 이를 증명해야 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데, CCTV라도 있다면 의사 출신 법조인들을 통해서 부당함을 밝히는 게 비교적 쉬워질 것"이라며 "소수의 범죄를 저지르는 의사들 때문에 다수가 느껴야 할 압박감은 이해하지만 대리수술, 수술방 내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보다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다면 실보다 득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32·여)는 "수술대에 눕는 사람은 전적으로 의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엉뚱한 의료사고나 비윤리적 행위가 발각될 때마다 배신감이 크다"며 "CCTV를 설치하고 투명하게 수술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김모씨(28)는 "특정 신체가 훤히 드러나는 수술을 받는데, 만약 영상이 유출돼 온라인상에서 조리돌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대리수술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영상을 찍는 쪽은 병원이니 실수로 해당 영상을 지웠다고 주장하면 사실상 무의미한 논쟁 아니냐"라고 했다.

직장인 박모씨(27)는 "CCTV 설치 찬성 의견의 논리는 결국 문제가 되는 의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서 기인한다고 본다"며 "때아닌 논쟁으로 본질을 흐리지 말고 문제가 발생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벌금이 아닌 즉각 면허 취소의 원스트라이크아웃제가 도입되면 찬반 진영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찬성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80.1%였다. 반대 응답은 9.8% 수준이었다.

의협은 관렵 법안 개정 추진을 즉각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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