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 플랫폼 시장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이자 팟캐스트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왼쪽)와 애플 아이폰·에어팟(오른쪽). /사진=로이터

#1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안모씨(24·)는 팟캐스트로 아침을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을 2년째 듣고 있는 안씨는 시각적 피로가 꽤 누적됐음을 깨달았다. 그런 안씨에게 팟캐스트는 시각적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최고의 매체다. 안씨는 팟캐스트는 음성매체이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며 팟캐스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팟캐스트(Podcast)’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인터렉티브광고협회는 올해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을 지난해 8억6340달러(한화 9549억원)보다 증가한 10억달러(한화 1조106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티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도 늘어나는 팟캐스트 수요에 발맞춰 지난 2018년 팟캐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송이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구독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점이 팟캐스트의 인기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팟캐스트 인기 비결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팟캐스터(팟캐스트 진행자)를 체험해봤. 나아가 현직 국내·외 라디오 언론인에게 라디오·팟캐스트의 매력과 향후 전망을 물어봤다.



막상 해보니 막막" …듣는 것과 크리에이터는 달라

기자가 팟캐스터가 되어 직접 녹음을 해봤다. /사진=양승현 기자

팟캐스터가 되기 전 방송 분야를 골라야 했다. 정치, 교양, 시사,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팟캐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스페인어로 국내 뉴스를 알려주는 팟캐스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스페인어로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첫날은 직전에 다운로드한 '앵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채널 소개란을 채우는 데 30분 이상 소요됐다. 소개란에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작성한 다음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뉴스를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스페인어로 우리나라 뉴스를 진행하면 어떤 뉴스를 주제로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날씨, 스포츠, 경제, K방역 등 많은 주제가 떠올랐다. 다가오는 주말 예정된 국내프로축구리그(K리그) 예고를 진행할까 고민했으나 시각 자료 없이 음성으로만 설명하자니 초보 팟캐스터에게는 쉽지 않았다. 이에 첫날은 고민 끝에 "앞으로 매일 밤 찾아 뵙겠습니다"라는 소개로 만족하며 녹음을 마쳤다.


둘째날이 되니 고민은 더 깊어졌다.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외국인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뉴스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소설책이라도 읽을까 고민했으나 체험기의 취지에 어긋나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실용적인 날씨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셋째날은 날씨와 함께 조금은 딱딱할 수 있는 뉴스를 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에너지·자원 협력 강화소식을 설명했다. 중남미와 우리나라 관련 뉴스를 전해 뿌듯했으나 동시에 흥미롭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다.




넷째날. 고민 끝에 뉴스가 반드시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정확하고 간결하게 진행해보기로 했다. 퇴근 후 밤 늦게 녹음하기 때문에 목소리에 묻어나는 피로감은 팟캐스트 플랫폼 '앵커'가 제공하는 배경음악으로 처리했다.


1초마다 고민의 연속이었다. 정치 뉴스는 너무 진부할 것 같고 축구 이야기를 전달하자니 초보 팟캐스터에겐 고난이도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배회했다. 그러다 외신들이 북한 뉴스를 주목한다는 데 생각이 미쳐 북한 소식을 전하며 이날 방송을 마무리했다.


다섯째날 주제는 아프가니스탄과 날씨였다. 오히려 첫날보다 혼란스러웠으며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30초 이상 녹음하기 어려워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주제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
차라리 축구 전문 방송을 할 걸"이라며 시무룩해 있는데 '스페인 통신사'(EFE)의 안드레스 서울 특파원(남)이 위로의 말을 전해왔다. 그는 "한국 뉴스를 스페인어로 전해주는 팟캐스트가 있으면 대단히 좋을 것 같아. 한국에 있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스페인·라틴 현지에서도 많이 들을 것 같아. 나에게 팟캐스트를 보내줘"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여섯째날 방송은 체험기 마지막 날이어서 흥미에 초점을 맞췄다. 주제는 콜롬비아 대통령 방한 소식이었다.

사진은 체험기 중 사용한 팟캐스트 계정(왼쪽)·녹음 완료된 모습(오른쪽) /사진=팟캐스트 플랫폼 '앵커' 캡처(왼쪽)·양승현 기자(오른쪽)



한국·아르헨티나·프랑스 방송계 종사자들 음성 매체가 갖는 힘 있어"
짧은 기간 팟캐스터로서 어려움을 겪은 뒤 주위 현직 언론인들에게 팟캐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라디오 기자(프랑스)와 신문·라디오 기자(아르헨티나), TV·라디오 기자(한국) 등이다.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쇼날'(RFI)의 니콜라스 로카 기자(남)에게 팟캐스트의 장점을 물었다. 로카 기자는팟캐스트는 장점이 명확하다. 유튜브와 달리 음성으로 세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주제를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편리함도 갖췄다"며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0년대 초반 페미니스트 관련 팟캐스트가 많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팟캐스트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라디오 기자만의 취재 방법을 묻자 그는 "목소리로 청취자에게 시각적인 효과까지 제공해야 한다"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신문 '클라린'의 기자이면서 동시에 아르헨티나 라디오 방송국 '쿨투라979'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카리나 니에블라 기자(여)에게 신문과 팟캐스트·라디오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라디오는 신문과 달리 음성매체다 보니 환경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음성매체의 전망을 묻자 "라디오의 미래를 예단할 수 없지만 음성 매체가 가진 힘과 현재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이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디오·팟캐스트는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TV와 라디오를 동시에 진행하는 언론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최형진 YTN 앵커(남)는 "기존 TV와 라디오는 각자의 장점이 있다" "팟캐스트·라디오가 갖는 음성매체의 힘은 분명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팟캐스트·라디오와 TV의 차이를 분석하자면 TV의 경우 작은 실수를 해도 시각적으로 분산될 수 있으나 라디오·팟캐스트는 음성매체여서 (실수)분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신문 '클라린'의 기자이고 아르헨티나 라디오 방송국 '쿨투라979'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카리나 니에블라. /사진=니에블라 기자 제공



팟캐스트는 간단, 팟캐스터는 복잡


실제로 짧은 기간 팟캐스터를 체험해본 결과 위 세 국가(프랑스·아르헨티나·한국) 언론인들이 말하는 음성매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 서울 날씨를 팟캐스트를 통해 듣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하지만 청취자가 아닌 팟캐스터에게 음성매체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음성의 시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선 정확한 주제 선정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또 청취자가 듣기에 '간편한 뉴스'가 팟캐스터에겐 '복잡한 뉴스'라는 사실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