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착취와 무권리의 고용허가제를 말한다' 이주노동자 증언대회에서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8.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정혜민 기자 = 도입 17년이 지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더욱 열악한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이주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이주노동자 권리 침해 사례를 공유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에 문제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몸이 아파 업종을 바꾸거나 사업주의 근로계약 위반 및 열악한 숙소 환경을 이유로 사업장을 변경하려 해도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주의 허가 없이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남 밀양의 한 깻잎밭에서 2년3개월 동안 일했다는 캄보디아 출신 A씨(26·여)는 사업주의 지시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깻잎밭이 아닌 다른 밭에서도 일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사업주는 애초 3시간의 휴게시간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점심시간 1시간만 제공하며 A씨를 장시간 노동에 내몰았다.

A씨는 불법가건물 숙소에서 지내며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숙박비 이상의 금액을 갈취당했다. 샤워실은 A씨의 숙소 밖 비닐하우스 창고에 있었고 야외 플라스틱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A씨는 비디오 녹화 영상 등 증거자료와 함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사업주가 계약 위반 사실을 부정해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A씨는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할 수 없는 처지다.


A씨를 돕는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상담활동가는 "A씨처럼 초과 근로, 근로계약 명시 이외 노동 등 부당한 일을 겪는 이주 농업 노동자가 수두룩하다"며 "사업주의 계약 위반 사실 입증 책임이 온전히 이주노동자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허리디스크가 생겨도 사업장 변경 신청을 거부당한 네팔 출신 노동자, 산업재해로 9개월 동안 다섯 차례 수술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강제사직 당한 네팔 출신 노동자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허가해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괴롭힘, 임금체불, 열악한 숙소 환경 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이 짓밟히고 있다"며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게 해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