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서울 지하철을 운영 중인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구조조정 철회,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요구하며 9월 14일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의 요구안은 노사 협상 차원을 뛰어넘은 만큼 9월 정기국회 상황에 따라 파업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전국 6대 지하철노조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 철회,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청년 신규채용 이행 등 핵심 요구를 내걸고 9월 14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2016년 성과연봉제 반대 총파업 이후 5년 만이다. 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 등 다른 지역의 지하철 노조도 내부 논의를 거쳐 9월 중 파업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쟁의권이 있는 조직은 9월 14일 총파업하고, 없는 조직은 연가 등을 활용해 서울에 상경해 투쟁할 것을 지침으로 하달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하철 파업은 시민 불편뿐 아니라 혼잡도 가중으로 방역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며 정부 및 서울시와의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파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파업의 가장 큰 이유인 만성적인 지하철 재정난을 단기간에 해결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난 2017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합병 이후 매년 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1137억원이었고 올해는 1조6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서울 외에도 지난해 부산 지하철은 약 2600억원, 대구는 2060억원, 인천은 1600억원, 대전은 435억원, 광주는 3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 모두 올해 재정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특히 무임수송 손실을 코레일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전국 도시철도 적자가 1조8000억원인데 대부분은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무임수송 때문"이라며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공공복지 서비스를 운영기관에 전가하며 재정악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지난해 민홍철·조오섭·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비용을 국비로 보전하기 위한 입법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수년간 요구했던 철도법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본인의 생존권은 담보된다고 노동자의 생존권은 나 몰라라 하는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적극적인데 아무래도 예산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올해 다시 논의될 전망인데 공사가 자구안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통과가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자구안은 전체 인력의 10%인 1539명을 감축하고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노조 측은 "인력 부족, 고강도 노동 등으로 노동자가 고스란히 부담을 지는 것은 물론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경우 당장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것이 아니고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가 내부적인 변화를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외부에서 손을 벌리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의 다른 관계자는 "법제화가 된다면 당장 100%를 지원받진 못해도 물꼬를 트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며 "사실상 우리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노조와 계속 대화해 양측이 모두 합의할 방안을 찾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파업 예고로 철도법 입법, 자구안 실행 여부 등에 대한 논의는 본격 재점화될 전망이다. 노조는 "정부, 노조, 운영기관, 지자체를 포함한 범국민적인 논의 테이블을 만들라"고 요구했고 정부와 서울시 등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6일 전국 지하철노조와 함께 전국 560여개 역사에서 '지하철 재정위기 해결,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기 국회가 개원하는 9월 초에는 국회, 서울시청 일대에서 노조의 요구를 알리는 릴레이 시위, 기자회견, 도보 행진 캠페인 등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해도 지하철이 완전히 멈추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지하철은 노조 파업시에도 전체 인력의 3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노조는 구체적인 필수인력, 감축 운영 계획을 사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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