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서울시의회가 22일 본회의를 개최하지만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처리는 다음 주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시의회가 요구한 3조원 규모의 '코로나 지원금'에 대한 양측의 입장도 엇갈려 초유의 '준예산' 우려마저 나온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본회의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한 비쟁점 안건을 처리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법정처리 시한은 지난 16일이었으나 이날도 예산안은 상정되지 않는다.
A 시의원은 "그동안 서울시청 내 코로나19 확진으로 예산 심의에 차질이 있었고 최종 심의 및 통과는 추후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 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번 주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29일이나 30일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예산안 논의는 시의회의 코로나19 생존지원금 요구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시의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3조원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결위 소속 B 시의원은 "방역수칙이 강화되고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에 정부 지원과 별개로 서울시가 나서야 할 때'라며 "서울시가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오세훈 시장이 적극적으로 임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소상공인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앙정부 손실보상 예산 약 2조원을 생각하면 과도한 액수"라는 입장이다. 코로나 생존지원금에 동의할지에 대해서는 시의회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안 조정이 선행돼야 최종 가용재원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 3조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예산심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시의회의 과도한 요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의회가 3조원의 출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통합재정안전화 기금' 3조5899억원에 대해선 "이미 용도가 정해져있는 재원임을 감안하면 기금 총액을 모두 가용재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협상 여지도 거론된다. 서울시가 3조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정 규모의 코로나 생존지원금을 편성하는 대신 시의회가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삭감한 오 시장 공약 사업을 일부 되살려주는 방식이다.
시의회는 지난 1일까지 진행된 상임위에서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60억8000만원, 지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 32억원, 안심소득 시범사업 74억원, 서울런 168억원, 뷰티도시 사업 43억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C 시의원은 "코로나 지원금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예산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것 같다"며 "서울시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면 우리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듣고 속도감 있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 예결위원들은 코로나 지원금 추진을 위해 관행인 지역예산 우선 배정권도 포기했다. D 시의원은 "내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굉장히 큰 결단으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며 "서울시도 취지에만 공감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진다. 서울시와 시의회 모두 "성실히 합의해 올해 안에 꼭 의결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양측이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이번에 오세훈표 사업 예산이 삭감되면 시의회 탓으로 돌린 후 내년 6월 오 시장 재임 시 추경을 통해 재개할테니 급하지 않다는 뉘앙스도 풍기고 있다"며 "시의원들도 '코로나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오 시장은 자영업자를 버린 셈'이라는 태도를 보이는데 양쪽 모두 진정 시민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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