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올해도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지능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 발생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유독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근절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고, '땜질식,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되고 스토킹처벌법 등이 도입됐다.
◇반복되는 아동학대·데이트폭력…신변보호 대상자 가족도 살해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아동학대 검거건수는 1만588건으로 전년 전체(5551건)과 비교해 90.7% 늘었다. 신고인원도 올해 1~11월 2만3897건으로 전년 전체 대비 48%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아동학대 범죄가 늘었다기보다는 정인이 사건 등으로 시민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건들도 많이 신고해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양천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이후 시민들은 아동학대 문제를 과거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대전 대덕에서 양모씨(29)는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했는데, 양씨가 이 아이를 성폭행하기도 한 사실이 알려졌다.
2월에는 경기 용인에서 이모 부부가 10살 조카에게 개똥을 먹이고 폭행과 욕설을 하며 장기간 학대하다가 손발을 묶은 뒤 물고문을 해 숨지게했다.
연인 혹은 헤어진 연인 사이의 범죄(일명 데이트 폭력)는 올해 1~10월 849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65.3%, 남성인 경우는 13.4%, 쌍방인 경우는 21.1%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들이 잇따라 범행의 대상이 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지난달 김병찬(35)은 서울 중구에서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결국 살해했는데,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피해자가 스마트워치의 긴급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위치값 오류로 경찰은 12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 사이 피해자는 사망했다.
이달에는 이석준(25)이 서울 송파에서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 여자친구 역시 신변보호 대상자로, 이씨로부터 감금과 성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바 있었다.
지난 7월에도 제주에서 백광석(48)이 옛 연인의 15살 아들을 살해했다. 당시 피해 여성은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으나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지는 못했다.
◇올해 스토킹처벌법·정인이법 도입…아동학대 양형 강화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관련 보완 제도가 계속 생겼났다. 정인이 사건 이후 일명 '정인이법'(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1년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지방자치단체 장이 해당 아동을 가정에서 즉시 분리할 수 있게 됐다.
올해 10월부터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스토킹도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았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명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제정됐다.
경찰청은 통계도 새로 손봤다. 연도별로만 공개하던 범죄 발생·검거 현황을 앞으로는 분기별로 즉각 공개할 방침이다. 데이트폭력 신고도 올해부터 112시스템 신고건수를 기준으로 일관적인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반복되자 올해도 수사당국과 법원은 계속해서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방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제주 중학교 피살 사건 이후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추가 확보해 보급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사건 당시 2300대 수준이었던 스마트워치를 내년 1월에는 3700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6일 여성과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맡는 '민감사건 전담대응반'을 신설해 민감한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과장, 서장도 직접 현장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형량을 대폭 높이는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경우 무기징역 이상을,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최대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사후대책은 많지만 예방시스템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 "아동학대 위험 가정을 미리 찾아서 지켜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아직도 일상 속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과 시스템, 인력과 예산, 담당 공무원의 사명감, 시민의 신고의식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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