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누군가에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지옥 같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에서는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미지의 존재'에 의해 사회에서 사라진다. 자신이 왜 죽는지 이유도 모른 채 말이다.
드라마를 볼 때는 그 잔혹함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최근 '불법촬영 보고서' 기획을 취재할 때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은 드라마보다 더한 '지옥'에 살고 있었다.
드라마와 피해자가 사는 지옥에 차이가 있다면, 현실 속 피해자들은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나를 바꿔야 나답게 살 수 있다"는 오민지(가명)씨의 말처럼, 많은 피해자는 자신을 숨기는 데 필사적이다.
누군가 불법촬영물 영상 속 자신을 알아볼까봐, 누군가 자신을 손가락질할까봐, 그들은 친구·지인과 연락을 끊고 직장을 그만두고 신상 정보를 바꾸며 자신의 흔적을 스스로 지웠다. 그것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드라마에서는 정의 구현 '응징'이 이뤄지지만 현실 속 가해자들 처벌은 '유예'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불법촬영 범죄 관련 판결문 261건을 분석해본 결과, 실형 비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의외로 잘 알지 못하는데 가해자 처벌은 피해자의 회복에도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들은 평생 촬영·유포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심리상담과 치료, 소송비용과 생계·주거비용 지원 등이 필요하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여성가족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전국적인 피해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피해자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불법촬영물 삭제인 만큼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라져야 할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 흔적인 불법촬영물이다. 피해자가 지옥에서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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