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에 대해 서울시가 잇달아 재의요구를 하고 있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무리하게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시의회에 '서울시장 사과 명령 조례'를 포함해 총 4건을 재의요구했다. 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 1건은 대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다.
◇교육경비 보조금에 하한선…예산편성권 침해 논란
일부 조례는 서울시장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의회는 지난해 마지막 날 서울시가 재의요구한 '서울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재의결했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조례에서는 상한선만 있던 교육경비 보조금 비율에 하한선을 설정했다. 기존에는 서울시가 '보통세의 1000분의 6 이내' 범위에서 자유롭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1000분의 4 이상'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장인홍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장이 교육 예산을 지원하는데 그 규모가 고무줄이었다"며 "예산 편성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문제 의식에서 조례를 발의했고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은 서울시 재정 여건에 따라 편성할 수 있는데 조례에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모두 정해버렸다"며 "지자체장 권한인 예산편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에는 시의원들이 교육청 예산집행이 방만하다며 보조금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며 "당시 보조금 비율은 보통세의 1000분의 2 수준이었다"고 했다. 시의회가 하한선으로 정한 비율보다 훨씬 낮았던 셈이다.
◇대안교육기관 직접 지원 조례에…"법적 근거없다"
'서울시 대안교육기관 지원조례 일부개정안'도 서울시장이 등록제 대안교육기관을 직접 지원하도록 하면서 예산 편성권 침해 지적이 나왔다.
현재 서울시 대안교육기관은 총 128곳이다. 이중 서울시는 교육청이 지원하지 않는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58곳에 약 8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조례가 통과될 경우 서울시가 지원해야 하는 기관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서울시는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대안교육기관 사무는 교육감 사무이고 서울시의 재정지원 근거도 없다"며 시의회에 재의요구를 했다.
서울시 평생교육국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에 대안교육기관 지원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시행령 위반"이라며 "기존에 서울시가 지원하던 기관 58곳은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재정여건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가 무리하게 교육예산 지원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목젖까지 빚이 차올랐다"며 "시민들은 서울시 재정이 얼마나 고갈 상태인지 교육청 재정은 얼마나 풍부한지 모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서울시 재정이 넉넉한 편이 아닌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교육 쪽은 예산이 풍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돈을 내라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하자 시의회가 조례를 만들어 막아섰다는 것이다.
◇시의회 110석 중 99석이 민주당…"무리한 조례 통과" 비판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의석수를 등에 업고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시의회는 서울시장의 발언중지와 퇴장, 사과를 명령할 수 있는 시의회 기본 조례도 통과시켰다. 출자·출연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시의회 추천 비중을 늘렸고, 민간위탁 기관의 결산 검사를 공인회계사뿐 아니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들이 모두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의요구를 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에는 조례가 지자체 권한인지를 놓고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으로 재의요구를 했다면, 이번에는 정치적인 성격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의요구를 해도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조례를 재의결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교육경비 보조금 조례의 경우 오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에게 타협을 권했지만 잘 안됐다"며 "서울시가 재의요구한 조례들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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