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김도엽 기자,권구용 기자 = "요즘 방역 때문에 집회·시위도 별로 없는데 사람이 엄청 몰려 있어서 놀랐어요. 자세히 봤더니 대선 후보 유세 현장이더라구요."
오는 3월9일 개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15일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유세 현장에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방역을 이유로 인원 제한을 철저히 하고 있는 집회·시위와 달리 별다른 방역 수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철저한 집회 인원통제에 비해…경찰 "유세 현장 인원 몰라"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지난 15일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현재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299명의 인원을 신고했다.
경찰들은 집회 현장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신고된 299명 이상의 인원이 집회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날 집회 신고인원이 다 찬 뒤 도착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입장을 요구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펜스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집회 현장을 엄격히 통제한 것과 달리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린 유세현장을 대하는 경찰의 온도는 달랐다.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진행한 서울 집중 유세 현장에는 3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유세 현장의 추산 인원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후보 측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에서 지난 17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진행한 유세 현장에도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선거유세 탈을 쓴 꼼수 집회도…선관위 "선거 운동 방역지침은 無"
최근 선거 유세와 결합해 교묘하게 집회를 연 사례도 있었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측은 지난 15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에서 유세 차량 1대와 함께 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날 택배노조는 김 후보의 '선거 유세' 형태로 집회를 진행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목에 선거사무원 표찰을 걸기도 했다. 선거 유세 형태로 진행된 덕에 신고인원 299명을 넘는 인원이 참여했지만 경찰의 통제는 없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유세와 집회를 정확히 구분하는 기준도 없고, 선거 유세와 관련된 방역지침도 없는 탓에 경찰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며 난처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연설대담 방법 등 구체적인 선거운동방법을 규정하고 있다"며 "선거운동과 관련해 모임인원 등 코로나19 관련해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선거 운동과 관련된 방역수칙이나 지침은 별도로 없는 상태"라며 "정당, 후보자가 자체적으로 방역 수칙을 준수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지난 16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동 중 유세에서는 모임 규모를 특정할 수 없어 방역규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집회·시위 자유도 헌법보장 권리인데"…이중잣대 비판도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 유행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명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방역 예외'가 나타나는 모습에 대해 시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학생 김시현씨(24·여)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방역을 위해 제한 중이지 않느냐"며 "자영업자나 일반 시민들도 여러가지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데 선거 유세에만 예외를 적용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9)도 "누가 될지 모르겠으나 당선 후에도 방역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본인들부터 통제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보행자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인도 넘어서 다니는 걸 보면 누굴 위한 유세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모씨(48)는 "선거 유세는 번화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빽빽하게 밀집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일이 많고, 소리지르고 악수하고 하는데 일반 집회보다 훨씬 위험한 것 아니냐"며 "솔직히 방역당국이 힘있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이중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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