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친러 반군들의 자칭 도네츠크 공화국(DPR)과 루한스크 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원태성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2개의 공화국에 대한 독립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이들 지역에 대한 독립을 승인할 경우 강력 대응 입장을 천명해 왔던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여지가 더욱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인정하고, 관련 법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돈바스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민스크 협정을 이행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적 공격"으로 인해 "민간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내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안보를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은 물론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들 반군 공화국에 대한 독립을 인정한 것은 러시아가 이들 공화국을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맞서 이들 공화국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두 지역에 공공연하게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치명적인 군사적 충돌에 관여시키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간 갈등을 급격히 고조시키겠다고 위협하는 푸틴 대통령의 고강도 전략이라고 짚었다.

현재 친러 반군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모두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그중 약 3분의 1만을 통제하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2개의 공화국을 실질적인 러시아의 국경으로 인정할 것인지, 무력으로 이들 지역을 확장하려고 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 관한 최신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은 "노골적인 국제협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상했고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들 지역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규 투자와 무역,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등의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반군공화국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의 "신속하고 확고한 대응"을 약속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유럽연합(EU)도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승인 발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5분간 전화통화를 가진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및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강도 조치에 미국 등 서방이 강력 반발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이 회담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담판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두 정상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물론 외무장관 회담 개최도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 독립 승인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 추가 침공'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여 여전히 외교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반군공화국 지역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조치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할 경우 우리가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준비해 온 신속하고 가혹한 경제 조치들과 별개이며 (거기에) 추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오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사일이 날아오거나 탱크가 굴러갈 때까지 우리는 외교에 대한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연설에서 "러시아는 항상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지지한다"고 가능성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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