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26일(현지시간) 새벽 깊은 시간까지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키예프 시내 곳곳에서는 폭발과 포격이 잇따랐다. 도심 불특정 지역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울리고, 동물원 근처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시내 메이단 광장에선 대형 폭발이 목격됐고 도로에 주차된 차량들은 화염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군은 총력으로 저항하면서 키예프를 십자 포화하는 러시아 군의 진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법 집행국은 군이 키예프 서쪽의 베레스테이스카 구역에 있는 러시아 군 장비들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집행국은 "초기 정보에 따르면 차량 2대와 탄약이 실린 트럭 2대가 파괴됐으며, 그리고 차세대 경랑 대전차 무기(NLAW)의 도움으로 적의 탱크가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NLAW는 러시아가 침공에 나서기 몇 주 전에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무기다.
미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키예프 북부를 점령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동부 외곽으로의 진입은 실패했다.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은 성공적으로 러시아의 진입을 차단했고, 결국 러시아 군은 체르니히우 점령 시도를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우회로를 택했다.
벨라루스를 통해 북부로 진입한 러시아 군은 현재 체르노빌을 비롯한 키예프 북부 지역을 장악한 상태다. 남부 크림반도를 통해 상륙한 러시아 지상군은 크림반도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헤르손으로 북상했다.
지난 24일 러시아 군이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진입에 실패한 북동부 하르키우 또한 24시간 내로 점령될 수 있다고 ISW는 전망했다. 러시아 군은 동부 돈바스에서도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정면 공격이나 포위 공격에서 거의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동부 반군 지역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을 저지하는 그 이상의 목적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러시아는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이용해 공항 등 기타 주요 시설과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 시설을 노리고 있으며, 키예프 보리스필 국제공항이 주요 목표물이다.
CNN에 따르면 보리스필 국제공항이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모습이 위성사진에 나타나 있다. 플래닛랩스 PBC가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이 공항 활주로에는 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다. 이는 러시아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에 공항을 점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로 보인다.
◇우크라 대통령, 미 대피지원 거부하고 키예프 남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대피 지원을 거부하고 수도 키예프에 남아 거리에서 "항전"을 외쳤다.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키예프의 거리에 서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지도부가 여기에 있다. 행정부 수장이 여기 있다. 데니스 스미할 총리도 있고,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있다"며 현재 핵심 관리들과 함께 키예프에 머물고 있음을 알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모두 여기 있다. 우리 군대가 여기 있다. 시민들과 사회가 여기 있다. 우리 모두 여기서 우리의 독립과 조국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수호자들에게 영광을! 우리의 여성 수호자들에게도 영광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참모진도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고 소리쳤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외 대피를 지원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이 그를 생포하거나 살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지원을 거절하며 계속 키예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사안에 정통한 관리를 인용, 이미 그를 암살하려는 러시아의 팀이 이미 키예프에 잠입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ISW는 사복을 입은 러시아 공작원들이 키예프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 우크라에 평화협상 제안…미 "총구 겨눈 강압 외교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를 상대로 휴전·평화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CNN에 따르면 세르기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휴전과 평화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고 지금도 그러하다"며 "이는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디키포로프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했다"며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절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자들은 현재 몇 시간 동안 협상 프로세스를 위한 장소와 시간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정상적인 삶을 재개할 수 있도록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3자 회담을 선제안했고 우크라이나는 회담 장소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스크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종전을 위해 2014년과 2015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 하에 양국이 민스크 협정을 체결한 곳이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회담을 제의한 것과 관련해 "진정한 외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러시아는 침공 전에 외교를 가장하고 있었고, 지금은 러시아가 총들이나 로켓과 박격포, 대포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겨냥하면서 외교를 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외교에 대해 진지하다면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안다. 그는 즉각적으로 민간인들에 대한 포격을 중단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할 것을 명령해야 하며, 러시아가 긴장 완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세계에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