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로부턴 북한이 '발사 능력' 자체는 어느 정도 고도화했을 수 있어도 정찰위성 운용에 필요한 기술 수준은 아직 '미흡'해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27일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지역에 대한 수직·경사촬영을 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고분해능 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 정확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하며 촬영기로 찍은 한반도 전체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사진에 대해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 때 공개한 사진과 해상도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정찰위성 용도로 사용하겐 화질이 형편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에 공개한 지구 촬영 사진에 대해 "무중력 연구 등 목적으로 발사하는 '사운딩 로켓'처럼 발사해 하강 중 카메라로 촬영한 것일 수 있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 과거엔 정찰위성용 카메라 시험을 항공기에서 많이 했고 요즘은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한다. 북한처럼 이렇게 시험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찰위성으로 사용할 수준이 되려면 사진에서 도로 경계선을 확인할 수 있고, 승용차·버스를 구분할 정도는 돼야 하는데 북한이 공개한 수준으론 불가능하다"며 특히 "카메라를 수거했단 언급도 없어 정찰위성 시험이라고 보기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이 다른 목적으로 이번 발사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도 "북한이 과거 미사일 단 분리를 확인할 때 쓰던 관찰카메라와 유사한 수준의 저해상도 영상을 광각 렌즈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분해능 영상 촬영에 필요한 망원계통의 광학계 특성과 자세제어장치 사용시의 기술적 특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류 위원은 "북한은 수직 및 경사촬영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공개한 사진엔) 수직영상만 식별될 뿐 경사영상은 없다. 경사 촬영시 요구되는 자세제어장치 사용 역시 확인할 수 없다"며 "촬영이 진행된 시간 역시 27일 오전 7시52분쯤이어서 위성 카메라 시험에 적합한 시간대로 볼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도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고해상도 사진을 찍고도 의도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찰위성은 북한이 작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군사목표 중 하나란 점에서 이번엔 기초적인 시험만 실시하고, 추후 카메라 성능을 대폭 높일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장 교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해도 정찰위성이 없다면 소용없다"면서 "실제 공격할 수 있어 적에게 위협이 되려면 지형·표적 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북한은) 인터넷에서 최신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민간 위성 자료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12년 발사한 '광명성 3호'와 2016년 쏜 '광명성 4호' 등 인공위성은 궤도 진입까진 성공했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발사한 '광명성 4호'의 경우 노동 엔진 4기와 보조엔진들을 조합한 1단 로켓을 사용, 추력이 총 120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작년 10월 1차 시험 발사한 '누리호' 1단 로켓의 추력 300톤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정찰위성 등 새로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기존의 '은하' '광명성' 로켓이 아닌 중장거리미사일 '화성-12·14·15형'에 사용한 백두산 엔진을 적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류 위원도 "북한이 아직은 궤도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위성을 쏴 올리지 못해 기술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동안 시간이 많이 지난 데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제어 기술도 많이 좋아진 만큼 위성 발사체 기술만큼은 확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내달 9일 대통령선거와 4월로 예상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그리고 김일성 생일(4월15일·태양절)을 전후로 보다 진전된 위성발사 기술을 선보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중단을 시사한 만큼, 위성발사를 가장한 ICB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이었던 해(2012년) '광명성 3호'를 발사했고 '광명성 4호'는 김정일 생일(2월16일) 직전인 2월7일 발사했던 만큼 올해 110주년 김일성 생일 때도 뭔가 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이 '우주과학'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위성 분야에서 중국과 상당 수준의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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