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은행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을 이용하는 시민 모습./사진=뉴스1
시중은행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 2월에만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17조원 이상 급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17조6545억원으로 전월 말(700조3291억원)보다 2.47%(17조3254억원) 급증했다. 해당 수치에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 Money Market Deposit Accounts)이 포함됐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은행에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으로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안정한 투자처인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단 주식에 넣었던 돈을 빼서 은행에 잠시 맡긴 뒤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차 회담을 진행해 코스피 등이 다시 살아나면 시중자금이 다시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요구불예금은 크게 늘어난 반면 정기예금은 소폭 줄었다. 2월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65조9317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12%(8452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총 수신 잔액은 2월말 1792조8602억원으로 전월말대비 0.24%(4조3082억원) 늘었다.


앞으로 은행의 수신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올 4~5월과 7월 등 기준금리를 최소 두차례 이상 추가 인상해 올해 말 기준금리는 1.75~2%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요구불예금이 이같은 흐름을 지속하면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구불예금이 많아지면 굳이 금리가 높은 예·적금 특판을 내놓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요구불예금이 쌓일수록 조달비용이 적게 들어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 유동성 축소에도 은행의 자금여력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금리의 상승은 예금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은행은 대출을 충분히 늘릴 수 없는 입장임에 따라 은행의 유동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