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29일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車·부품 대전환 ‘친환경차·규제 해소·인력’ 방점
②항공업계 “국제선 입국자 ‘격리 완화’ 절실”
③‘해운 강국’ 위한 K-해운 정책은

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은 해운업계에 단비와 같았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무너졌던 해운업계의 선복량과 매출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회복했다. 해운 강국으로 본격 도약하기 위해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자본금 확대를 통한 지원은 물론 중소 해운사를 포함한 균형 성장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란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선사와 격차 좁히려면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 매출은 2015년 39조원에서 2016년 29조원으로 감소했다. 한진해운 파산 여파다. 같은 기간 원양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10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46만TEU로, 지배 선대는 8585만DWT(재화중량톤수)에서 7994DWT로 뒷걸음쳤다.

국내 해운업계의 위상은 ‘해운재건 5개년’ 정책을 통해 달라졌다. 지난해 매출은 40조원,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105만TEU, 지배 선대는 9338DWT로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을 따라잡거나 넘어섰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18년 7월 해운업을 구조하기 위해 설립돼 HMM의 초대형 선박 20척(2만4000TEU 12척·1만6000TEU 8척) 발주를 지원하는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 1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지난해에는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뒤를 이은 경영 실적이다.

새 정부는 재건을 넘어 해운산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한국 해운산업이 부활에는 성공했다고 하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한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 주요 글로벌 선사들도 신조 발주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인수·합병과 디지털 전환과 자율운항, 친환경 운항을 위한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머스크는 철도운송사업 확대, CMA-CGM는 항공운송사업 진출에 나섰다. 

프랑스 해운 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세계 1위 해운기업 MSC(스위스)는 119만9324TEU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2위 머스크(덴마크)는 31만9100TEU, 3위 CMA CGM(프랑스)는 41만4803TEU, 4위 COSCO(중국)는 58만5272TEU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양어선 선복량을 현재 105만TEU에서 200만TEU급으로 높여야 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선박 대란이 발생할 당시 버틸 수 있었던 건 초대형 선박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 여파를 피하려면 체급을 더 키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선복 추가 확보뿐 아니라 디지털 격변의 기회를 노리려면 한국해양진흥공사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현행 자본금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2배 늘려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극화 해소·해운-조선 정책 일원화 필요
한동안 대형선사를 중심으로 해운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중소형 선사들의 생존도 챙겨야 한다. 중소형 선사들은 아시아 노선을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 일본 선사 등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12개 중소형 선사는 동남아 노선에 200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빌려쓰는 용선이고  89척만이 자체 보유 사선이다. 규모도 23만TEU에 그친다. 이는 대만 완하이, 싱가포르 PIL 선복량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국내 중소형 선사는 연 6000회, 하루에 20회 한국~동남아를 오간다. 서비스 빈도는 많아도 운임이 적어 수익 확보가 어렵다. 최근 미주, 구주 운임이 5-10배 치솟은 것과 달리 동남아 노선은 2배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태국 운임은 20년 전 대비 아직도 반토막 수준이다. 

중소형사들의 자금 부족은 선박 노후화,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중소해운사 보유 선령은 14년으로 중국(11.8년), 일본(8.9년)보다 3~6년 높다. 선박금융 제도를 확대하거나 정부가 저렴한 비용으로 선박을 임대하는 방안 등이 요구되고 있다.

해운·조선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해운과 조선을 관장하는 부처가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뉘어져 있어 정책 혼선이 일어나고 시너지를 내기도 어렵다. 

배를 만드는 조선업과  해운업은 불가분의 관계여서 미국과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조선·해운 통합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선박 개발을 위해서도 일관된 체계가 필요하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국내 원양선사 선복량이 200만TEU가 되려면 선박이 약 150척 필요하다”며 “조선사는 1년에 30척씩 배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3%에 그치는 조선 내수비중도 높아질 수 있다”며 “해운·조선 행정을 일원화하는 기관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