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게 되면 팬데믹 기간 동안 중요성이 재확인된 공공의료 시스템도 중대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로부터 이어진 감염병 상시 위험에 대한 준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의료 공공성 강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다만,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해법을 놓고 민간 부문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해법도 달라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의 공약대로라면 의료 민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확인된 공공병원의 중요성…코로나 환자 70% 이상 담당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공병원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재확인됐다. 공공병원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 환자의 70% 이상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예산은 민간병원보다 더 적게 들어갔다. 정부는 코로나 환자를 대응하는데 대략 4조 원의 예산을 사용했는데 이 중 1조 원 정도가 공공병원에 쓰였다.
공공병원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정부가 지정한 감염병 전담병원 87개소 중 62개소가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제공,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병상과 인력 등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 비율은 5.4%에 불과하다. 전체 병상수 중 공공병상 비율도 9.7%로 저조하다. 이 수치는 2010년 13.0%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하면 더 부끄러워진다. OECD 평균 공공병원 및 공공병상 비율은 각각 55.2%, 71.6%에 이른다. OECD의 공공병원 평균 비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를 역행하고 있다.
공공병원의 역할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제공이나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의료 제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공공병원은 표준진료에 따른 모델병원으로서,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자 전염병 및 재난 대비 의료기관, 정책집행 수단 및 시험대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선 공공병원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감염병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간 응급의료 서비스 편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탓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0년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따르면 지역 인구 중 응급의료센터에 30분 내로 접근이 불가한 비율이 높은 곳은 대부분 비수도권이었다. 특히 전남과 경남, 경북, 강원 등이 취약 지역으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에선 공공의료를 민간병원에서 담당?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 제1차 기본계획은 분만 의료취약지에 분만 산부인과를 설치, 운영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것과 산모집중치료실과 신생아집중치료실을 확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권역별 외상센터 확충과 응급의료 이송체계 강화,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1차 계획은 성과와 한계가 명확했다. 산모와 신생아 치료 혜택 강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공공병원 비율과 병상의 수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더욱이 공공병원에 지원하는 예산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에서도 명확한 의지를 드러내지 못했다.
따라서 2차 계획에서는 조금 더 명확한 목표가 담겼다. 우선 기존 공공병원에는 시설·장비 등을 계속 지원하고, 공공병원이 부재하거나 부실한 지역에는 지방의료원 등을 20개소 이상 신·증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70개 진료권에 지정, 운영함으로써 필수중증의료를 지역에서 완결하는 방향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 정부는 민간병원의 역할을 더 크게 가져간다는 입장이라 이 같은 공공성 강화 계획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공약집을 살펴보면 공공병원 확충보다는 민간병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Δ의료취약지에 상급종합병원의 분원 설치 Δ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감염병 전담병원화 Δ필수의료 담당 민간병원에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하는 ‘공공정책 수가’ Δ국립대병원·상급종합병원에 공공병원 위탁 운영 확대 Δ비대면 의료 등 벤처기업 집중 지원 등이다.
이미 있는 민간병원의 역할을 높여 공공의료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공공병원과 달리 적자를 보면서도 이를 지속할 의무가 없는 민간병원인 만큼 오히려 공공의료가 축소될 수 있고 의료 민영화가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공공의료 관련 단체가 낸 공동성명에서는 "코로나19 시대 공공병원 확충은 시민들의 염원"이라며 "의료취약지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안 되더라도 응급필수의료를 담당할 공공병원으로 이런 역할은 민간병원이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 민영화 가속화의 충돌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진료의 지역완결성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 과제) 보고서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공급에서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려면 지역 내에서 진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공공병원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급성질환 입원의 관내 충족률이 낮거나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진료권에 먼저 공공병원을 증축·신축하는 것과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병상 규모 확대와 기능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공공병원 설립 등을 추진할 때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지방비와 국고의 매칭 비율 조정도 지적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중증응급환자나 감염병 위중증 환자의 경우, 사망률을 낮추고 감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환자의 이동거리가 최소화돼야 하므로 진료의 지역완결성 보장은 중요하다"며 "지역 완결적 필수중증의료 보장은 지방분권 강화와 국토의 균형발전 관점에서도 실현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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