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서면서, 추후 '안보 사안'을 고리로 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양한 사안에 있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은 정치권 또한 대북(對北) 등 안보 사안에 있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는 만큼, 이번 '안보 위기'가 두 인사 간 회동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양측은 감사원 감사위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에 대한 인사권, 대통령 집무실(서울 종로)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이견 등으로 3·9 대선 이후 24일 현재까지 대면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 16일 만남이 예정됐었지만 불발됐고, 이는 역대 대통령들과 당선인들 간 만남이 통상 열흘 이내 이뤄졌던 것에 비춰보면 향후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가장 늦은 만남'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날 오랜만에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모두 4년3개월여 만에 ICBM을 발사한 북측을 향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대선 이후 인사권, 청와대 이전 등에 대한 견해에 평행선을 달리면서 '신구(新舊) 권력 누구도 물러서지 않고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세간의 혹평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오늘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파기하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매우 비상하고 엄중하다. 지금은 정부 교체기로 안보에는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며 "차기 정부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긴급한 안보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당선인 측과도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NSC 직후 참모회의를 소집해 구체적으로 '당선인 측과의 협력'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에게 "당선인에게 오늘의 상황과 대응 계획을 브리핑하고 향후에도 긴밀히 소통하라"고 말했다. 앞서 서 실장은 지난 12일에도 문 대통령 지시로 윤 당선인에게 북한 관련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브리핑했었다.
윤 당선인 측 인수위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북측의 ICBM 발사를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2018년 약속한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지 약속)을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는 신속하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엄중한 규탄과 함께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단호한 대책을 강구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동을 둘러싼 분위기는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지만 '대북 규탄'이라는 목소리를 함께 낸 상황 속 '안보'라는 제한된 주제만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날 여지가 있음이 주목되는 대목들이다. 더구나 양측 모두 회동에 있어 아직 문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인 만큼 적절한 명분이 선다면 전격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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