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회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사권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제청 권한을 가진 감사원이 25일 정권이양기 감사위원 제청 요구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다.
감사원이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당선인 측과의 원만한 협의가 없이는 공석인 감사위원(2명)을 임명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인사 문제가 남아 있고, 용산 집무실 이전 갈등도 평행선을 긋고 있어 수습 국면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대통령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감사위원이 견지해야 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되는 경우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거 전례에 비추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윤 당선인 측에서 반대하는 경우 문 대통령의 추천이 있더라도 감사원장이 해당 인사를 감사위원에 임명 제청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문 대통령 측과 윤 당선인 측은 감사위원 인사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법적 인사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며 현재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 중 한 자리는 자기들이 인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1명을 현 여권 성향 인사로 고를 경우 감사위원 7명 중 친여 성향 위원이 4명으로 과반을 차지해 감사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이 청와대 임기말 알박기 인사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문재인 정부가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하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절차상 감사원장이 임명을 제청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인사를 강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고 두 차례나 요구했지만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코드 인사' 논란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
감사원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감사위원 인사에 있어 윤 당선인 측 입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로서는 윤 당선인 측과의 원만한 협의가 감사위원 인사를 위한 전제 조건이 됐다. 만약 감사위원 인선을 놓고 윤 당선인 측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감사위원 인사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한층 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문 대통령이 이창용 한은 총재를 내정하면서 한은 총재 인선을 둘러싼 갈등도 매듭을 짓는 모습이다. 양측이 협의 절차를 거쳤느냐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으나, 이 후보자는 여야 모두에서 기피 인물로 평가되지 않는 만큼 회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석인 선관위원 인선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친여 성향이란 비판을 받았던 조해주 전 선관위원(상임위원)이 지난 1월 임기 문제로 논란을 빚다 사퇴한 뒤 청와대가 후임을 발표하지 않았고, 국민의힘 추천 몫인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도 곧이어 후보자직에서 사퇴해 선관위원 두 자리가 공석이다.
양측간 대립이 계속될 경우 문 대통령이 조해주 후임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 상황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만큼 주말 사이에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주말에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 후 16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만나지 못해 신구 권력 회동 지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