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2020년,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KBS 2TV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종영했을 당시 코미디언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폐지는 이들에게 상실감을 줬고, 각자 개그에 대한 애정을 뒤로한 채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년, KBS는 개그 서바이벌 '개승자'를 야심 차게 론칭했다. 순위와 탈락이 존재하는 경연제는 베테랑 개그맨들에게도 긴장감을 줄 수 밖에 없었고, 코미디언들은 살아남기 위해 온 열정을 쏟아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살아남은 최종 우승팀은 이승윤 팀이었다. 이승윤 팀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소재로 한 코너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를 론칭, 트렌디한 아이디어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방송 초반부터 호평받았다. 덕분에 최다 우승에 이어 최종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이승윤 팀이 처음부터 최강 팀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엔 최약체 팀으로 지목받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윤 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선보일 개그에 집중했다. 모두가 예상한 '몸개그'에서 벗어나 '공감대 개그'에 주목했고, MZ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로 '요즘 개그'를 선보였다. 이승윤은 산에서도 대본을 쓰고, 인맥을 동원해 와일드카드를 끌어모으며 개그가 더 빛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상민과 이상호, 심문규와 홍나영 모두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덕에 빛나는 성과를 얻게 됐다.
'개승자'는 이들에게 개그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승윤 팀 멤버들은 '개승자'가 여러 시즌으로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윤은 "'개승자'의 다양한 코너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마니아층이 생겼으니 더 발전해나가야겠다 싶었다"라며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탠딩 코미디의 완전한 부활을 꿈꾸는 '개승자'들.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스물두 번째 주인공 이승윤(45), 이상민(41), 이상호(41), 심문규(32), 홍나영(31)을 만났다.
<【코미디언을 만나다】'개승자' 우승팀 편 ①에 이어>
-'신알세' 팀은 윤택부터 아이키까지 탄탄한 라인업의 '와일드카드'도 화제였다.
▶(이승윤) 윤택 형은 나와 같이 있는 그림이 없지 않나. '자연인'도 번갈아 나오니까. 그래서 같이 무대에 서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형도 이런 무대가 있다고 하니 좋아하셨다. 아이키와도 인연이 있어 출연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나와줬다. 개그맨인 창윤이와 주호도 커튼맨으로 함께 했는데, 이 친구들에게 커튼맨을 부탁한 이유는 현장에서 그 에너지를 느껴봤으면 해서다. 두 사람도 우리와 코너를 같이 하면서 개그에 대한 의욕이 커진 상태다.
▶(이상민) 와일드카드는 제작진을 통하지 않고 팀에서 알아서 섭외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승윤이 형이 인맥이 좋아서 섭외를 다했다.
▶(이승윤) 우리 코너를 어떻게 하면 각인시킬까 그런 것들을 고민했던 것 같다. 와일드카드를 섭외해오면 팀원들도 너무 잘 어울렸다. 특히 쌍둥이는 아이키가 나올 때 따로 연습실까지 잡아서 안무 연습을 했다. 아이키도 쌍둥이와 호흡을 맞춘 뒤 춤이 댄서 수준이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 다들 능력을 발휘하고 몰입해 열심히 했다.
-많은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를 할 때 공영 방송사라 제약이 많아 아쉽다고 하기도 했다. 이번 '개승자'를 할 때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했나.
▶(이승윤) 사실 그런 것 때문에 못한다고 하는 건 변명이고 핑계다. (개그 소재를) 찾으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호) '개그콘서트'가 없어진 건 개그맨들의 탓도 있다. 요즘 유튜브 등이 활성화되면서 자극적인 개그들이 통하는 때라고는 하지만, 예전 개그 코너들 중 '고음불가'나 '사모님' 등을 보면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음에도 큰 웃음을 줬었다. 결국 개그맨들이 여러 노력을 했어야 했다.
▶(이상민) 공영방송이라 표현을 못했다고 하는데 사실 '개승자'를 보고 실망한 부분도 있다. 코미디를 살리자고 모였는데 달라진 게 없는 팀도 있더라.
▶(이승윤) 개그맨들도 직접 해보고 보완할 점들을 알았을 듯하다. 새 시즌을 하면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알세'가 나온 뒤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을 듯한데.
▶(이상민) 우리 코너가 잘 되는 걸 보고 다른 팀도 '밈'을 많이 활용하더라. 선구자 역할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상호) '이 코너는 매번 다르니까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칭찬 같아서 좋았다. 또 '이 팀은 실력으로 인정받았다'는 말이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좋더라.
▶(이승윤) 첫 회가 나가고 '코빅'에서 활약 중인 개그맨 최성민에게 연락이 왔다. 너무 재밌고 잘 짰다고 해줘서 고맙더라. 또 임하룡 선배님도 재밌다며 연락을 주시고, 허경환도 본인도 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서 '우리 팀이 잘했구나' 싶어 뿌듯했다.
-'개승자'를 통해 2021 KBS 연예대상에서 팀은 '베스트 챌린지' 상을, 이승윤은 '우수상'을 받지 않았나. 인정받은 느낌이라 더 값졌겠다.
▶(이승윤) 상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 좋은 기회를 잘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제작진이 만족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대박 난 건 아니다. 가능성과 방향성을 잡은 정도라 이를 바탕으로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전 '개그콘서트'도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거다. 어떻게 첫술에 배가 부를까. 그래도 '개승자'의 다양한 코너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마니아층이 생겼으니 더 발전해나가야겠다 싶었다. 최근에 식당을 갔는데 어떤 남성분이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와서 팬이라고 해주시더라.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개승자'에서 가장 견제됐던 팀 혹은 아이디어가 있었는지.
▶(이상호) 신인팀을 좋아했다.
▶(이승윤) 신인팀이 아이디어가 좋아서 주목도 받고 반응이 좋았다. 우리와도 선의의 경쟁을 했는데 일찍 탈락해서 마음이 안 좋았다. 끝까지 갔으면 더 재밌는 것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개콘' 출신들에게 '경연제'는 낯설면서도 신선한 포맷이었다. 직접 경험해보니 어땠나.
▶(이승윤)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긴장이 많이 되더라. 떨어지면 끝 아닌가.
▶(이상호) 사람들도 다 기분 좋게 왔다가 판정단 앞에서 엄청 긴장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녹화 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갔다.
▶(이승윤) 개인적으로는 판정단의 점수로만 당락이 결정되는 게 좋았다. 팀에게 오롯이 맡기고 책임도 지는 게 팀의 발전에도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승자'가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하다.
▶(이승윤) '희극인'이라는 내 정체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디른 프로그램을 할 때도 성취감이 있지만, 확실히 개그를 하는 동안 행복함을 느낀다. '개승자'를 하면서 한 주 한 주 행복했다.
▶(이상민) 개그 무대가 없어진 뒤 무대를 찾아 트로트에 도전했다. 그러다 다시 개그 무대가 생겼는데 '돌아가도 되나', '욕을 먹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더라. 어디서든 열심히 잘하면 다들 인정해주는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홍나영) '개그콘서트' 종영 후에도 점핑 머신 강사를 하면서 무대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개승자'를 하게 됐는데, 개그 무대에 안 올라가다 보니 '감을 잃은 건 아닐까' 걱정되더라. 그때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서 내 몫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심문규) '개그콘서트'가 없어지고 꿈을 꿀 곳이 사라졌는데 기회가 다시 생겨 너무 좋았다. 다른 개그맨 친구들도 방송에 나오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다.
-'개승자' 통해 공개 코미디 완전 부활의 가능성을 엿봤는지.
▶(이상호) 트로트가 부흥할지 누가 알았나. 그런 것처럼 다시 한번 스탠딩 코미디의 부흥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이상민) 코미디 프로그램은 있어야 한다. 개그맨들이 잘하면 된다.
▶(이승윤) 어렵다고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다각도로 노력을 해야 한다.
-본인에게 개그가 어떤 의미인가. 또 앞으로 어떤 개그맨, 개그우먼으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이승윤) 아이디어가 좋은 개그맨이 되고 싶다. '이승윤'을 떠올렸을 때 웃음이 날 수 있는 개그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민) 내게 개그는 삶이다. 삶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심문규) '개그나 코미디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어떨까', '개그맨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봤는데 개그가 없으면 안 되겠더라. 내 직업을 내가 없애면 안 되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홍나영) 개그와 개그맨이라는 게 우리 사회나 문화 분야에서 비중이 커졌으면 한다. 죽어간 때도 있고, 부흥한 때도 있는데, 개그 역시 K-컬처에서 없으면 안 되는 분야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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