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후방부터 짧은 패스를 통한 벤투식 빌드업 축구가 대한민국 대표팀에 뿌리 내렸다. 모두가 힘들 것이라 고개를 저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꿋꿋이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였고 새로운 유형의 한국 축구가 탄생했다.
한국은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종 10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석패했다.
비록 최종전 결과는 아쉬우나 벤투호는 최종예선을 7승2무1패 뛰어난 성적을 마무리하면서 이란에 이어 조 2위로 카타르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점점 나아졌다는 게 고무적이다.
2018년 8월22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태극전사들에게 '빌드업 축구'를 확실히 이식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전까지 '투지' '근성' 등으로 대변됐던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을 만나 틀을 바꿨고, 높은 점유율을 토대로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로 달라졌다.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8강서 탈락하면서 지나치게 점유율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의미 없이 공 소유 시간만 높을 뿐,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변화 없이 지나치게 같은 라인업만 가동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상대와 상황이 달라져도 늘 비슷한 형태의 축구를 펼쳐 위기 대처가 떨어진다는 쓴소리가 나왔고 '플랜 B'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지난해 3월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자 벤투호를 향한 비판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을 정도였다.
벤투호는 월드컵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들을 상대로 시원한 승리를 하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이란, UAE,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팀들과만 한 조에 묶였다. 항상 중동 원정에서 고전했던 사례가 많았기에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 벤투호는 서울과 수원서 열린 최종예선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이라크(0-0 무), 레바논(1-0 승)을 상대로 답답한 플레이가 나오며 지지를 얻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사령탑을 교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우려를 털어내고 최종 예선을 거듭할수록 달라졌다.
지난해 10월7일 안산서 열린 시리아와의 3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승리했고,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린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원정에서 1-1로 비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어 11월 UAE전(1-0 승), 이라크(3-0 승)전에서 한층 완성된 조직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도자 벤투가 같은 방향으로 주문했던 철학이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선수들도 매 경기마다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틀이 갖춰지자 언젠가부터 상대와 무관하게, 누가 출전하든 짜임새 있는 축구가 펼쳐져 박수를 받았다.
대표팀은 지난 1월 터키서 진행된 전지훈련에서도 국내파 위주로 친선경기에 나섰음에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꾸준한 전방 압박과 상대 수비의 배후를 침투하는 플레이가 빛을 봤다.
점점 한국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좋은 경기가 나왔다.
1월 중동 원정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조규성, 황의조 투톱 카드를 통해 레바논(1-0 승), 시리아(2-0 승)를 완파하며 조기에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주장 손흥민은 "처음부터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실패와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고 강해질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아직은 완성체가 아니다. 월드컵까지 더 완벽해지는 것이 목표"라며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흔들림 속에서도 소신으로 빚어낸 '벤투표' 빌드업 축구로 최종예선을 통과한 한국 축구. 이처럼 정확한 방향성으로 본선에 진출한 적도 드물기에, 11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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