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윤석열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다. 이 시기 만들어진 정책 구상을 통해 향후 윤 정부의 성패를 상당부분 가늠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이끌 핵심 정책과제들이 시작될 현재 지형을 파악하고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야 한다. 로드맵이 중요하다. 뉴스1은 윤 정부 5년을 좌우할 핵심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20차례에 걸쳐 싣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2.3.29/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노동규제 완화와 같은 '노동시장 유연성'에 방점이 찍혀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제 일변도식 기업 몰아붙이기로 규정, 차기 정부는 시장에 자율성을 불어넣겠다는 큰 그림이다.
관건은 노사 모두의 입장을 조율하면서도 정책기조에 강력한 드라이브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체질 개선을 끌어낼 수 있느냐다.


◇尹 당선인 경제6단체장 만나 "민간 주도 경제탈바꿈 해야" 강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3.2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부터 당선 이후, 지금까지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이라는 확고한 경제철학을 밝힌 상태다.
경제학의 가장 익숙한 이론으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대기업이 성장하면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창출돼 서민 경제도 좋아지는 효과를 일컫는 '낙수효과'를 강조한다.

지난 21일 경제6단체장과 만난 윤 당선인은 "그간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기업하기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며 "(기업이) 해외에 도전하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는데, 운동복도 신발도 좋은 것을 신겨 보내야 함에도 모래주머니를 달고 메달을 따오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새 정부는 여러분들이 힘들어했던 부분들을 상식에 맞춰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 전쟁이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과 경제 활동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데 있는 만큼 쉬운 일을 엉뚱하게 하는 정부는 안 되겠다"라는 말로 행정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정책도 '민간의 자율성'으로…노동시장 유연화 연착륙 방안은


© News1 DB

윤 당선인의 경제철학은 자연스럽게 민간 주도의 노동정책으로도 귀결된다.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이른바 '작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이뤄진 고용노동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여실히 드러난다.

인수위는 고용부와 새 정부 정책과제로 Δ직접일자리 중심의 정부 일자리 사업 개편 방안 Δ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을 통한 근로자의 선택권 강화방안 Δ평생 직업능력개발 체계 구축 방안 Δ디지털 인재양성 방안 Δ공정한 노동전환 체계 구축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노동규제 완화는 곧 노동시장 유연화와 궤를 같이한다.

정책과제 중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현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와 같은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노동자 개인에는 일한 만큼의 혜택을, 기업에는 경쟁력 향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민간 주도 일자리창출도 이런 노동시장 유연화를 바탕으로 기업의 노동경직성을 해소해 민간 부문에서의 직접 일자리창출을 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동시장 유연화는 곧 기업의 노동자 고용·이직·해고에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기도 해 노동자들을 설득하기에 만만치 않은 과제임에 틀림없다.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유연성'과 '안정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에는 해고 유연성을 주는 대신 노동자에게는 실업급여·직업훈련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런 사례는 덴마크와 네덜란드 같은 복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데 이들 국가들은 노동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국가는 고용보호를 낮춰 유연성을 추구하는 대신 저소득 근로자가 실직하면 받던 급여의 90%를 실업수당으로 지급해 생계안전을 보장했다.

또 실업 시 새로운 직능을 재교육하고 재취업을 알선하는 등 노동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고용안전을 추구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근로자의 생계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안정책으로 노사 모두를 만족시킨 셈이다.

◇"새 정부 노동정책은 완만한 기능적 유연성"…무조건 '투쟁' 경계해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요구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통해 윤 대통령 당선인에게 노동 중심의 국정 운영 등을 촉구했다. 2022.3.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새 정부 출범도 전부터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연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설치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윤 당선인의 노동정책을 '반노동적'이라 비판한 뒤 올해 하반기 대규모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비단 이런 노동계의 우려는 민주노총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는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모두 지금보다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성명을 낸 한국노총도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보수파 경제학자들이 읊어대는 철지난 낙수효과에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를 고민하라"고 윤 당선인의 노동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직 이렇다 할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나오지도 않은 가운데 '투쟁'의 익숙함에 젖어있는 인식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선거 때 내놓은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노동시장 유연화에서도 '해고'의 자율화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데 그게 지금 마치 새 정부의 노동정책인 것처럼 노동단체들이 짐작으로 앞질러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수량적 유연성으로, 이 방식이 해고의 자율화와 같은 부분까지 인정하는 것"이라며 "다음은 기능적 유연성으로 주52시간제와 같은 근로시간 이슈나 임금체계 개선, 직무급 성과급제 도입 등이 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적어도 당선인이 발표한 공약집이나 그간 발언의 행간을 보면 새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장 유연성은 여기에서도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선을 통해 완만하고 온건하게 접근하는 기능적 유연성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