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제도는 오너 중심의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1998년 도입됐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사외이사들은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지만 이사회 안건에서 이견 없이 찬성표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100%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들은 지난해 총 172차례의 이사회를 열고 329건의 안건(보고안건 제외)을 결의했다. 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0건이다.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경영감시나 견제활동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이 전무한 것이다.
한국과 달리 세계 어떤 나라보다 자본시장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는 사외이사를 ‘disinterested executive director’(독립이사)로 부른다. 오너 등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만큼 미국 기업의 사외이사는 경영지원과 경영감시라는 본래의 사외이사제도에 부합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독립적 사외이사 운용으로 유명하다. 18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16명이 독립적 사외이사다. GE는 ‘독립성’의 요건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킨다. 이사들은 객관적인 회사 파악을 위해 매년 두 차례 이상 GE 사업장을 방문하되 해당 사업장의 경영자는 동반하지 않도록 돼 있다.
미국의 독립적 사외이사 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2005년 휴렛 패커드 이사회가 수장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을 해고한 일이다.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만큼 미국 대기업 내 사외이사가 얼마나 큰 공신력을 인정받는 집단인지를 보여준다.
유럽도 강력한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있다. BMW나 지멘스 등은 경영이사회와 별도로 독립적인 인물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회를 두고 있다. 이들은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상세하게 전달받고 경영진의 결정 사항에 대해 동의권을 갖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한국도 해외 사례처럼 사외이사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가 거수기가 아닌 ‘감시자’의 역할을 탄탄하게 해야 경영진의 무리한 전횡을 차단할 수 있고 이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3월 주총이 마무리 됐다. 기업의 사외이사가 매번 주총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거수기 오명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토대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워치독’(watchdog·감시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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