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SUV 차량이 버스정류장을 덮쳐 시민 1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 40대 A씨는 최근 택시를 탔다가 깜짝 놀랐다. 운전자가 70대 후반으로 보였고 급정거를 계속하는 등 불안해 보였다. 목적지까지 마음을 졸이며 갈 수밖에 없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9.8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사망자 수인 7.6명 대비 두 배를 훌쩍 뛰어 넘었다.
현재 면허제도 강화나 면허증 반납 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제재 위주의 정책보다 고령자 맞춤형 교통환경을 설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 65세 이상 면허증 소지자 401만6538명…연간 교통사고 3만1072건
초고령화사회로 향하면서 고령 운전자도 늘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2017년 279만7409명에서 2018년 307만650명, 2019년 333만7165명, 2020년 368만263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401만6538명으로 4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전체 면허증 소지자 대비 비율은 2017년 8.83%에서 지난해 11.9%까지 높아졌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지난 2016년 2만4429건에서 2020년에는 3만1072건으로 27.2%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8년 3만건을 넘긴 이후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령 운전자는 일반적으로 시력 등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면서 사고 위험이 크다. 민첩성이 요구될 때 대처 능력 역시 떨어진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고령자의 교통범죄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집단을 초기고령(65~74세 이하), 후기고령(75세 이상)으로 구분해 운전 시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을 살펴본 결과, 어려움을 호소한 후기 고령자는 59.2%였다.
고령자들은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으로 옆 차로의 차량이 앞으로 끼어들 때, 앞서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멈출 때, 눈이나 비 등으로 미끄러운 도로에서 운전할 때, 야간 주행할 때, 주행 중 전방에 있는 표지판 문자와 내용을 확인해야 할 때 등을 꼽았다. 민첩성이 필요한 순간인데 이들은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 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 시행하지만 반납률 2.09%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재 각종 제도가 시행 중이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엄격하게 하거나 적성·신체검사 등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면허증은 발급 이후 매년 10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지만 65세 이상 75세 미만인 사람은 5년 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하도록 하고 있다. 또 70세 이상은 갱신 기간에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고 정기적성검사를 받지 않거나 교통안전 교육을 받지 않으면 갱신이 안된다. 만 7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취득하려면 치매선별검사와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65~69세 버스 운전자의 경우 3년마다 70세 이상은 7가지 자격 유지 검사도 받아야 한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 역시 시행 중이다. 면허증을 반납하면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물론 실효성 논란도 있다. 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의 경우 실적이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가운데 면허증을 반납한 운전자는 8만3997명으로 전체 소지자의 2.09%에 불과했다. 2020년 역시 7만6002명만 면허증을 반납해 반납률은 2.06%였다.
고령층 중에서도 운전이 생계와 연계된 이들이 있고 교통 여건이 낙후된 곳은 이동권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어 반납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혜택 역시 반납에 비해 작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 고령자 맞춤형 교통 환경 조성·이동권 보장 필요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이들을 위한 맞춤형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고령자 친화적 환경 조성과 이들에게 특화된 교육, 복지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고령층의 이동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대중교통 요금 감면 정책, 농촌형 공유 이동 수단 지원 제도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일반 운전자의 고령 운전자에 대한 배려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로교통공단은 고령 운전자 차량에 부착하는 실버마크를 개발해 배포 중이다. 배려와 양보를 통한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흐름으로 해외에서 실행하는 대책을 벤치마킹해서 한국형 모델을 적용하고 있지만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면허증 반납뿐 아니라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100원 택시 제도와 같은 지속성이 있는 혜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적성검사 주기도 3년으로 줄였지만 실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거의 없다"며 "형식적인 검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치매환자는 걸러낼 수 있게 (검사 방법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령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운전 능력과 신체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조치들이 잘 버무려져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