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문재인 정부 초 감사를 받고 중도 사퇴한 뒤 3개월 만에 사망한 연구기관장의 유족이 뒤늦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최근 문 정부 초기 이뤄졌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지난 1월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A씨는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으로 국무조정실 감사를 받고 2018년 2월 불명예 퇴진했다. 사임을 했지만 A씨는 산하 연구센터에서 일반연구원으로 돌아가 재기를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끝날 줄 알았던 채용비리 의혹 감사는 계속 이어졌다. 또 같은해 5월엔 감사원이 센터에 대한 실험용 동물 구매 과정을 살피겠다며 추가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 A씨는 생전 동료에게 감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내가 그만두면 감사가 끝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2018년 5월 자택에서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이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채용비리가 존재했는지, 채용비리 의혹이 어떻게 조사돼기 시작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며 고인에게 제기된 의혹은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자신의 거취를 고심하던 중 스트레스가 가중돼 심뇌혈관계 질환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고인은 생전에 (연구소장에서 일반연구원으로 돌아갔지만) 비교적 늦은 시각까지 연구하고 퇴근하는 패턴으로 생활했다"며 "센터에서 연간 연구계획에서 할당 받은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도 고인의 업무가 적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과기부판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이 거론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기정통부 산하에서 중도 사임한 기관장이 무려 8명이다"라며 "잔여 임기가 2년, 1년 4개월 등 이렇게 되는데 사퇴 압박과 표적 감사를 실시해서 다 물러났다. 이 내용들이 사실이냐"고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이에 최 장관은 "잘 모르겠다"라며 " (사임) 사유는 문제가 있었거나 본인이 (원해서)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퇴 압박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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