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첫 심의에서부터 경영계와 노동계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대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물가상승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경영계는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 속 사업주의 '열악한 경영여건을 고려한 수준'의 임금 책정을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소득 불평등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서도 경영계는 '전향적인 검토'를, 노동계는 '논의할 근거도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3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최저임금위 회의의 쟁점은 '인상 폭'과 윤 당선인 제시한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었다.
대표 발언에 나선 근로자위원 측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평균 3.5%였고, 실생활의 먹거리에 해당하는 농·축·수산물의 경우에는 8.7%나 상승했다"며 "그러나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각각 1.5%(2021년)와 5.1%(2022년) 인상에 그쳐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불공정함에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도 정부가 원청 대기업의 갑질,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의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나라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불균형을 개선하는데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새 정부 역시 이를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코로나 팬데믹과 소득 불평등 완화, 저임금 노동자 지위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우리사회에 고질적으로 내포된 재벌 위주 수직계열화, 경제구조에 따른 구조적 모순의 결과"라고 했다.
반면 사용자 측 위원으로 나선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상공인 영세사업주들은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매출 회복과 같은 여러 경영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소위 지불주체인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주의 경영여건을 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사용자 측 위원인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도 "최저임금이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결정되면 안된다"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저임금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윤 당선인이 제시한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사용자 측 류기정 위원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 등이 그동안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전향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노동자 측 박희은 위원은 "윤 당선인과 경영계의 지역별 차등 적용 주장은 심의대상이 아니다"면서 "업종별 차등적용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 적용된 바 있다.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하는 지역별 차등적용과 달리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위 심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한편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공익위원 측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익위원들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면서 "공익위원으로서 직위가 유지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심의할 테니 관련 질문은 삼가달라"고 했다.
현재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5월 임기 유임으로, 오는 2024년 5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새 정부가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의 중립성을 위해 현 정부에서 임명·유임된 공익위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계속 끌고 갈지, 아니면 새로운 위원회를 꾸릴지가 관심거리다.
모두 발언이 끝난 이후 정식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최저임금위 1차 전원회의에는 재적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6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4명이 참석했다.
최저임금위 2차 전원회의는 5월17일 열릴 예정이다. 최저임금 법정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 요청을 받은 후 90일 이내(6월말)에 차기 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도출해야 하는데 시한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지난해에도 7월13일 새벽까지 이어진 9차 전원회의에서 겨우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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