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미국 정부의 추가 대북제재 추진 구상에 중국 측이 대놓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중국 측 북핵수석대표인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9일 트위터를 통해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의 회동 사실을 전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이어 "(안보리의) 어떤 행동이든 정세를 완화하고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대표의 이 같은 트윗 내용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와 관련해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가 추진되더라도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ICBM 시험발사를 4년여 만에 재개하면서 2018년 4월 스스로 약속했던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깨버렸다.
이에 미 정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논의 중인 상황. 안보리가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ICBM 시험발사에 따라 같은 해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ICBM시 그에 대응해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같은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불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이 채택되라면 Δ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Δ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2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류 대표가 캠벨 조정관과의 면담 뒤 추가 대북제재에 반대한단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안보리에선 더 이상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게 불가능해졌다' '중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의 길을 터줬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에 따라 지난달 25일 소집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도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언론성명 채택을 반대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 양상과 맞물려 나타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안보리 체제 혹은 유엔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해도 중·러 때문에 안보리가 언론성명 한 번 채택하지 못했다"며 "중·러가 뒷배를 자처하면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날개를 단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지난달 ICBM 시험발사에 이르기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탄도·순항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 등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외에도 북한은 현재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내 지하갱도 복구를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온다.
문 센터장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등의 비협조적 행보엔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에 맞서기 위한 의도도 있다"며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결의 채택에 제동을 거는 건 물론, 오히려 제재 완화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ICBM 추가 도발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대응 선택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미국 측이 북한을 상대로 전략자산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과 관련해 "우린 북한이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고선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수 없음을 알게 할 강력한 조치와 북한의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