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와 세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 대통령에게 남·북·미 관계 개선에 모종의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앞서 여러차례 '잊혀진 사람'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다만 문 대통령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무를 참모들이 '메신저' 성격이 짙은 만큼, 퇴임 후에도 자신이 공을 들였던 남북 관계 개선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평화·통일 분야에 미국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등장하지 않는 대신 외교·통일 분야에서 역할을 하며 남북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 쪽에서 요구한다면 퇴임 후에도 대북특사 등 남북관계에 역할 할 수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미래 역할을 제가 얘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통일·비핵화·민족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국민 한 사람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오는 22일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퇴임 후 남북 관계에서의 문 대통령의 역할을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0일부터 2박 3일간 한국을 찾는다. 오는 21일 윤 당선인과 정상회담 후 이튿날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유력하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협의 중인 가운데, 양산 사저에 머무르는 문 대통령이 서울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러 올라오는 안이 거론된다.
국내 전직 대통령이 현직 외국 정상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두 정상이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이미 여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신분인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상황 관리에 대한 역할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며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강 대 강'으로 가기 전에 협상 국면으로 방향을 틀도록 다리를 놔 줄 사람이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둘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한테 부탁할 수 없으니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주 사이가 좋아졌던 문 대통령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외교 프로토콜상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현직 대통령을 만나고 다시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일종의 신뢰 아니겠나"라며 "미국으로서는 자기네 대외 정책 또는 대북 정책 관리 차원에서 앞으로 문재인이라는 중간자, 촉진자 또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한번 일단 만나 (북한을 향해) 그런 암시도 줘 놓을 필요가 있다 하는 계산으로 특별한 지금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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