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수년 동안 실적이 정체된 가운데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이란 의견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이날부터 이달 13일까지 닷새 간 만 45세 이상,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해당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위로금으로 최대 연봉 24개월치를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겐 자녀 1인당 2년치 학자금을 일시 지급한다. 지난해 흥국화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이 7732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평균 1억5464만원을 받는 것이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 생존을 위한 부득이하게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며 "2023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보험부채 늘어날 가능성 높아 고정 비용 절감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와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희망퇴직 조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흥국화재가 희망퇴직을 받는 건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그만큼 녹록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흥국화재의 당기순이익은 62억원으로 전년대비 173% 증가했지만 손해율과 RBC(지급여력)비율 등 재무건전성은 열악하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흥국화재의 손해율은 90.4%로 전년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111.5%로 나타났다.
손보업계 전반적으로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자동차 운행량과 의료 이용량 감소 등으로 손해율이 개선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흥국화재는 재무 건전성에서 열악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보험사의 RBC 비율은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전 분기 말 대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그 중 흥국화재는 위험 수준인 155.4%까지 떨어졌다. RBC 비율이 100% 이하까지 떨어진 MG손보를 제외하고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150%에 근접한 것은 흥국화재가 유일했다.
RBC 비율 하락은 보험사 입장에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보험사에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 지급여력제도)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RBC 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
일각에선 이번 희망퇴직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입김이 상당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 출소 이후 흥국화재는 대표이사 교체를 포함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으로 태광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째로 8년 넘는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흥국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도 간접 지배하고 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직원들 노후 설계를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