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전 회장은 구조조정 첫 대상으로 수년 동안 실적이 정체된 가운데 재무건전성까지 악화된 흥국화재를 선택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 출소 후 계열사에 대한 조직개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이 태광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전날부터 이달 13일까지 5일 동안 만 45세 이상,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해당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위로금으로 최대 연봉 24개월치를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자녀 1인당 2년치 학자금을 일시 지급한다. 지난해 흥국화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이 7732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평균 1억5464만원을 받는 것이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 생존을 위한 부득이하게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2023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 앞두고 보험부채 늘어날 가능성 높아 고정 비용 절감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와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희망퇴직 조건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출소 후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올 1월 태광산업 조진환, 정철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한데 이어 2월에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를 선임했다.
3월 태광그룹 산하 일주·세화학원, 일주학술문화재단(이하 일주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이하 세화재단) 등 3개 재단 이사장에 이재현·이우진·서혜옥 교수를 각각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호진 전 회장 만기 출소함에 따라 태광그룹이 안팎으로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곧바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흥국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도 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계열사에 대한 인적쇄신에 나선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흥국화재가 일순위로 꼽힌 것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흥국화재의 손해율은 90.4%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111.5%로 나타났다.
손보업계 전반적으로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자동차 운행량과 의료 이용량 감소 등으로 손해율이 개선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흥국화재는 재무 건전성에서 열악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보험사의 RBC 비율은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전 분기 말 대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그중 흥국화재는 위험 수준인 155.4%까지 떨어졌다. RBC 비율이 100% 이하까지 떨어진 MG손보를 제외하고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150%에 근접한 것은 흥국화재가 유일했다.
RBC 비율 하락은 보험사 입장에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보험사에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 지급여력제도)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RBC 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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