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7월 삼성화재를 상대로 전산장애와 관련해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상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소송가액은 19억5000만원이다.
사건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이 급락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2020년 4월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WTI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의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HTS 주문창에 가격 입력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보다 손실액이 증거금을 넘어서면서 강제 청산됐다.
투자자들은 호가 입력이 되지 않아 주문을 할 수 없었던 점,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플러스로 인식해 평가손익을 잘못 표시한 점, HTS 차트가 반대로 나타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키움증권은 당시 보상에 나서면서 고객 피해 규모가 50계좌, 최대 10억원 규모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소송가액이 19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키움증권의 공식 발표보다 피해 규모가 2배 넘게 컸던 셈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여러 전산사고에 대비한 보험 중 미니 크루드 오일 이슈로 고객들한테 보상금을 지불한 것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했다"며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어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측은 키움증권의 이번 사고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조항에 해당되기 때문에 보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전산장애와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할 금융사에서 전산사고를 내고 보험금 청구 소송까지 나선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시선이다. 대형 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전산장애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다른 사건이나 사고에 비해 피해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면책조항이 직원 실수, 관리 부실 등 케이스가 많아 보험금 지급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이번 전산사고의 보험금 지급 소송 결과에 따라 책임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향후 비슷한 사례에서도 소송으로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된다"며 "이번 판결이 다른 증권사 등 금융사들의 전산장애 보험금 지급건에도 영향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계 1위 타이틀을 내세운 키움증권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운동(개인투자자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증권사로 꼽혔지만 정작 2020년 가장 많은 전산장애가 발생해 '사고왕'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검사 체계 개편 이후 증권업계의 첫 정기검사 대상으로 키움증권을 선정해 오는 23일부터 정기검사 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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