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오는 9월1일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약 561만세대(992만명)의 보험료가 월평균 3만6000원 줄어든다. 2000만원 이상 수익이 있는 피부양자 27만3000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45만명은 건강보험료가 평균 5만1000원 인상된다. 4000만원 이하의 자동차에는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방안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 개정안을 6월30일부터 7월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9월1일부터 건보료 부과 기준(부과체계)이 개편되며 9월26일 고지될 예정인 9월분 건보료부터 변경된 보험료를 납부하면 된다.
재산공제액 확대… 자동차 건보료 부담 완화
이번 2단계 개편안은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에 부과하는 건보료를 추가로 줄이면서 소득정률제를 도입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반면 경제적인 능력 있는 피부양자 등은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현재 주택·토지 보유 세대에 대한 기본 재산공제액은 재산 규모에 따라 500만~1350만원이었지만 9월부터는 일괄 과표 5000만원(시가 1억2000만원 상당)으로 확대된다.

이로써 현재 재산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의 37.1%가 이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전체 지역가입자 중 재산보험료를 내는 세대의 비율은 60.8%(523만 세대)에서 38.3%로 감소한다.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 재산보험료도 세대당 평균 월 5만1000원에서 월 3만8000원으로 인하될 전망이며 전체적으로 연간 1조2800억원의 재산보험료 부담이 줄게 된다.

지역가입자 중 실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임차(전·월세)하면서 빌린 대출금은 보험료 부과에서 제외되는 주택금융부채 공제에 따라 보험료 부담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주택금융부채 공제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 또는 임차한 주택 관련 부채를 보험료 부과 재산에서 일부 공제해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다. 공시지가나 보증금이 5억원 이하인 1세대 1주택자(구입) 또는 무주택(임차)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도 축소된다. 현재는 1600cc 이상이거나 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차량 등에 대해 자동차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만 9월부터는 배기량과 관계 없이 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차량에만 건보료를 부과한다. 자동차 보험료 부과 대상은 현재 179만대에서 12만대로 크게 줄어든다.
오는 9월부터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산정방식에 직장가입자와 같이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보험료율을 곱하는 소득정률제를 적용한다./사진=보건복지부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방식 소득정률제 적용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산정방식도 직장가입자와 같이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보험료율을 곱하는 소득정률제를 적용한다. 그동안 지역가입자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점수를 매기는 소득보험료 산정방식이 복잡하고 저소득자에게 오히려 많은 보험료가 산정되는 역진성 문제가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합소득이 연간 386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 세대의 소득보험료가 줄게 될 전망이다.
소득정률제 도입에 따라 연소득 500만원인 세대의 보험료는 5만300원에서 2만9120원으로, 연소득 1500만원인 세대의 보험료는 13만770원에서 8만7370원으로 낮아진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과 일시적 근로에 대한 소득평가율은 기존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연금소득이 연 4100만원 이하인 연금소득자 95.8%는 관련 보험료가 인상되지는 않는다. 연 소득 4100만원 이상, 월 340만 이상의 연금소득자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이와 함께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도 1만4650원에서 직장가입자와 같은 1만9500원으로 인상된다. 다만 최저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보험료가 올라가는 242만세대의 인상액은 4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2년간은 현재 수준의 보험료만 내면 되고 이후 2년간은 인상분 절반을 부담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전체 지역가입자 859만 세대 중 65%에 해당하는 561만 세대의 보험료는 월 15만원에서 월 11만4000원으로 약 3만6000원 인하될 것으로 추산했다. 23만 세대는 31만4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2만원 인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9월부터 과세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피부양자 27만3000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새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사진=보건복지부
연소득 2000만원 넘는 피부양자 27만명 건보료 낸다
이번 개편으로 과세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피부양자 27만3000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새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 기준(피부양자 재산 요건 충족시)이 과세소득 합산 기준 현행 연간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 무임승차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과세소득은 금융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을 합산한 소득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6년 8월까지 4년간 보험료 부담을 일부 경감한다. 1년차에는 보험료 20%, 2년차 40%, 3년차 60%, 4년차에 80%를 내고 2026년 9월부터는 100%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기존 피부양자 27만3000명은 월 평균 3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이후 4년 뒤 14만9000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수준이 조정된다.

피부양자의 재산요건은 현행 과표 기준 5억4000만원을 유지한다. 당초 2017년 3월 국회에서 부과체계 개편안 합의 당시 연 소득 1000만원이 넘는 피부양자는 2단계 개편을 통해 재산 과표 3억6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4년간 공시가격이 55.5% 상승한 점을 고려해 재산 요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피부양자를 폭넓게 인정해 주고 있다. 부담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판단해 정리를 한 것"이라며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피부양자의 경우) 연소득이 2000만~3400만원 사이에 있는 분들이다. 전체로 치면 상위 1.5%에 해당하게 된다. 다만 이들에 대해 최근 물가 상황이나 경제 여건을 감안해 경감 방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보수 외에 임대료 이자·배당소득, 사업소득 등 별도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이 강화된다./사진=보건복지부
보수 외 소득 2000만원 넘는 직장인 건보료 평균 5.1만원 인상
보수 외에 임대료 이자·배당소득, 사업소득 등 별도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보수 외 연간 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이 기준이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연 소득 2000만원은 공제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번 조치를 통해 전체 직장가입자의 2% 수준인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직장가입자 45만명이 매달 부담하게 될 보험료는 월 평균 33만8000원에서 38만9000원으로 5만1000원 인상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 따라 올해 보험료 부담이 약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건보재정 적립금 규모가 약 20조원의 여유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관련 하위법령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7월27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예측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인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많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건강보험료가 보다 소득 중심으로 개선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