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정태영의 야심… 애플페이 국내 상륙 '초읽기'
② 빅테크 잡으러 '적과의 동침'… 카드사 '오픈페이' 출격
③ 삼성페이 "나 떨고 있니"… '페이 시장' 새판짜나
내년 초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애플페이가 상륙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카드사들은 '오픈페이'로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오픈페이란 A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설치해도 A사 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카드사의 카드도 등록해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들어 신한카드 앱인 '신한플레이'에서 KB국민카드나 롯데카드를 등록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같은 개념이다.
신한·KB국민·하나 "오픈페이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왼쪽부터 하나금융그룹 본사, 신한카드 본사, KB국민카드 본사./사진=각 사
카드사들의 오픈페이는 이달 중순부터 출범할 계획이다. 신한·KB국민·롯데·하나·우리·NH농협·BC카드 등 7개 카드사는 오픈페이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선 이달 중순부터 KB국민·신한·하나 등 3개 카드사가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달 중순 3개 카드사가 우선적으로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 등이 내년 초 순차적으로 오픈페이 서비스에 합류해 내년 상반기 안에 7개 카드사 모두 오픈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결제 개방성을 넓히는 것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나의 앱으로 다양한 카드사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페이를 통해 금융 서비스의 범용성과 고객 편의성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카드사 "지급결제는 우리 본업인데"
그래픽=김은옥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간편결제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공세로 카드사들은 '지급결제'라는 본업마저 위협받는 형국이다.
실제로 간편결제 규모는 지난해 221조원으로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민간결제 1000조원의 2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에서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빅테크가 49.7%를 점유하며 카드사 등 금융회사(27.6%)를 압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빅테크가 50.4% 과반을 차지하는 반면 금융회사는 26.1%의 점유율로 간편결제 시장 장악력을 빅테크에 빼앗기는 모습이다.


특히 빅테크의 선불충전금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9월말 카카오페이의 선불충전금은 4461억5800만원을 기록했고 네이버페이도 1020억4600만원이 적립돼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선불충전금 결제 습관이 고착화될 경우 향후 카드 사용이 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빅테크는 카드사의 강점이었던 오프라인 결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달 25일 전국 6개 대학교(경희대 서울캠퍼스·인천대·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경상국립대·금오공과대·한국체육대)에 '네이버페이 캠퍼스존'을 구축해 해당 캠퍼스의 식당·카페 등에서 현장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카카오페이는 일본·마카오·싱가포르에 이어 11월 중국 항저우까지 해외 간편결제처를 넓혔다. 핀테크가 간편결제 영역을 확대하는 동안 카드사 간편결제 서비스는 주로 자사 카드만 연결되는 폐쇄형 구조로 생활 혜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카드사들이 오픈페이 연합군을 형성해 빅테크에 대항한다는 구상이다. 오픈페이 역시 MST(마그네틱보안전송), NFC(근거리무선통신), 바코드결제, QR결제 등 결제방식 자체는 빅테크 간편결제와 다르지 않지만 카드사의 플랫폼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픈페이 반쪽 출범되나
하지만 이번 오픈페이 출격을 두고 '반쪽짜리 출발'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사 상위 업체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오픈페이 연합군에 합류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신용카드 누적 이용실적에 따른 시장점유율은 삼성카드가 19.26%(2위), 현대카드가 16.93%(4위)로 양사의 점유율만 총 36.19%에 이른다. 즉 10명 중 4명가량은 삼성·현대카드 이용자로 오픈페이를 쓰지 못한다는 얘기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향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오픈페이 참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경우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페이가 여러 카드사의 신용·체크카드를 하나의 플랫폼에 등록해 사용할 수 있어 오픈페이와 겹치는 만큼 전략적으로 오픈페이에 불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카드 역시 출시를 앞둔 애플페이가 오픈페이와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만큼 오픈페이 연합군에 합류할지 여부를 미루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내외적으로 불리는 '오픈페이' 서비스 명칭을 사용할 수 없어 금융소비자들의 혼선도 예상된다. 채용정보 제공회사인 사람인에서 2020년 오픈페이에 대한 상표 등록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미 익숙하게 불리던 오픈페이 명칭을 쓰지 못하게 되자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 TF(태스크포스)에서 사용하던 '앱카드 상호 연동 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3개 카드사만 오픈페이 첫 출발에 참여하기 때문에 범용성 측면에서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오픈페이 후발 참여 카드사들은 선발 카드사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