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해말 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시중 은행에 붙은 대출 금리 안내문./사진=뉴스1
#. 직장인 박모 씨(36)는 최근 신용대출 2500만원을 상환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연 7%에 육박해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마침 정기예금 만기도 돌아왔고 월급까지 끌어모아 빚 갚는 데 돈을 모두 썼다."며 "주식이나 코인(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보다 빚을 줄이는 게 시급했다"고 말했다.
올해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해말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0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667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910조149억원)보다 7조3479억원 줄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1261조4859억원에서 올 10월말 1251조8047억원으로 9조6812억원 감소했다.

해당 통계는 지난 2003년 10월부터 집계됐는데 연감 증감을 파악할 수 있는 2004년부터 예금은행, 전체 예금취급기관을 기준으로 연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말보다 줄어든 적은 없었다.

이에 올해 예금은행과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다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첫 감소다.
금리 치솟고 자산시장 약세에… 가계대출 '뚝'
이처럼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가 올해 이례적으로 줄어든 것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진한 자산시장 흐름이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말 3.50~4.72%에서 현재 6~7%대로 올라왔다.

여기에 2020년 제로(0)금리 시대에 불었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 최근 잠잠해진 것도 대출 감소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아파트 등 부동산을 포함해 주식과 암호화폐 등 강세를 보였던 주요 자산들의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해 가계대출이 줄면서 정부가 은행에 요구해 온 가계대출 총량 관리도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내라는 요청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매년 12월초 은행들에 다음 해 가계대출 증가액과 증가율 목표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 당국이 주요 시중은행에 2022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에 맞추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 대출 상환액이 늘면서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 관리 의미가 없어졌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동안 가계대출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