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의 안전판이란 이유로 부실을 꽁꽁 싸매던 전세가 결국엔 사회 안전망마저 뒤흔들고 있다. 무분별한 정책대출에 이어 공공기관이 나서서 채무불이행을 막아주는 보험까지, 사실상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022년 12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31조9870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71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4% 증가했다. 2017년 말 48조6000억원에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전세대출 증가는 '서민주거안정'이란 명분 하에 정부가 낮은 금리의 정책대출을 무분별하게 남발한 탓이라는 지적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8%대를 돌파하는 상황에서 2%대 전세대출을 이용해 전세금을 내고 남는 돈은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거나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주택도시기금의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금리가 1.5~2.1%로 시중은행 금리의 절반도 안된다. 부부 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3억61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무주택자가 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보증금의 80% 이내)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금리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이 대출한도인데, 과거에 수도권의 전셋값이 폭등하며 전세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한도를 지속해서 올렸고 이는 다시 전셋값을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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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융시장에 정부 개입 '도 넘었다'━
2020년 8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주택임대사업자의 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의무화돼 전세보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도 전세 부실의 뇌관이 됐다. 기존 등록임대는 1년 유예기간을 둬 2021년 8월 전면 시행됐다. 부채비율 등에 따라 예외 적용을 두기는 했지만 전체 시장의 93%를 차지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준 보험 가입금액은 지난해 12월26일까지 54조228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HUG 보험 가입금액은 51조5508억원에 달했다.HUG의 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 수는 2013년 9월 상품 출시 이후 해마다 늘어나 ▲2015년 3941가구 ▲2016년 2만4460가구 ▲2017년 4만3918가구 ▲2018년 8만9351가구 ▲2019년 15만6095가구 ▲2020년 17만9374가구 ▲2021년 23만2150가구로 증가했다. 6년 새 6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보증사고에 따른 대위변제액도 해마다 빠르게 늘어 지난해 1~11월 HUG의 누적 대위변제액은 7690억원을 기록했다. 보증금반환보증의 보험료는 보증금 1억원당 22만~30만원(2년) 수준이다. 월 만원 안팎의 비용이 깡통전세나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으론 세입자에게 큰 부담이 아니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늘면서 보증보험료까지 지불하면 월세 비용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상황마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액 전세의 위험성이 수 년 전부터 인지됐음에도 서민 주거안정을 이유로 계속해서 정책 지원을 하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던 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결국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돌아서는 임차인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신고된 아파트 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9만5467건으로 전년동기(8만2567건) 대비 15.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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