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들의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좁은 땅에 9곳 난립, 인구 6.6배 많은 美와 공동 1위
②일본 시골까지 안내해 주던 LCC… 감원 칼바람 불까
③'가격 후려치기' 후폭풍, 업계 재편 불가피
"사실 답은 정해져 있어요. 숫자로 드러나거든요. 항공사가 고속철도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국내 항공 시장에 대해 한 조종사의 우려 섞인 발언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일정 거리 이상을 비행할 수 있어야 항공사가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데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너무 많아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노선이 KTX 등 고속철도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업계 일각에서는 LCC의 난립으로 국가적인 낭비가 초래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이전을 되돌아보면 LCC가 경쟁적으로 일본과 중국 시골에 가는 관광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다"며 "이는 해외에서 국내로 관광객을 끌어오는 인바운드 수요를 늘린 게 아니라 국내 여객이 해외에 가서 돈만 쓰는 구조를 만든 게 LCC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에서는 LCC의 난립은 국토교통부의 항공사 설립 문턱이 낮아 최소요건만 갖춘 초소형 항공사가 생겨났기 때문으로 본다.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되는 게 당연함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의 항공업종 지원을 등에 업고 연명하며 죽지 못해 사는 '좀비'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통합LCC 등장해도 인력감축 없다?
제주항공은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관련업계는 앞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의 통·폐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최종 마무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서 계열 LCC도 통합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논의될 당시인 2020년 가을, 정부와 산업은행은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사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결합 방법과 시기, 운영 방안 등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논의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뒤 해외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할 뜻을 밝히며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관련업계는 조 회장의 결정에 대해 풍부한 수요를 확보하면서도 환승과 항공 정비 등 안정적인 운영에도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등 LCC 3사가 통합하면 이후 군소 항공사 난립도 정리될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합병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항공사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내몰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나친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체질을 망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에어서울도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제공=에어서울
항공사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기본이 되는 조종사 수(국토교통부 기준)는 2013년 총 5208명이었고 2019년 6876명으로 크게 늘었고 2021년 6355명, 지난해 6308명으로 감소세다. 이는 특히 LCC에서 도드라진다. 2013년 LCC 조종사 수는 1132명이었다가 2019년 2369명으로 대폭 증가한 뒤 2021년 2109명, 2022년 2073명이다.
2022년 3월 기준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은 6320명, 아시아나 3607명, 제주항공 1127명, 진에어 773명, 티웨이항공 727명, 에어부산 514명, 에어서울 169명, 이스타항공 137명, 에어프레미아 99명, 플라이강원 52명, 에어로케이 21명으로 등록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을 주로 공략하던 LCC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운항하지 못해 항공기를 반납한 경우가 많았다"며 "화물기를 몰아야 하는 조종사들은 대체로 유지된 반면 객실승무원과 사무직은 순환휴직 후 퇴사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보복소비 끝나면 경쟁력 드러나
저비용항공사 종사자 중에선 통합 LCC 출범을 반기는 쪽도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필요 없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탓에 이미 많은 인력이 빠져나간 상황이라 오히려 합병할 경우 인력이 채워짐으로써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며 "보복소비 거품이 꺼졌을 때 항공사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저비용항공사들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고비용 구조화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더라도 자금회전 측면도 고려해야 해서 항공사 규모를 키우거나 저비용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