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말한 나는 뒤따를 법한 질문을 예상하면서 괜스레 의기소침해진다. "취미 발레 배우겠네요?"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왕초보반 몇 개월 다니다가 관뒀어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쁠리에'(두 발을 땅에 붙인 상태에서 천천히 다리 구부리기) '알롱제'(두 팔을 길게 늘이기) '쥬떼'(한 발을 던지듯 뻗으면서 점프 후 착지) '꾸뻬'(턴 아웃 상태에서 한쪽 다리의 무릎을 접어 발끝으로 다른 쪽 다리의 복숭아뼈를 터치) 등등……프랑스어로 된 발레 용어를 익히고 몇몇 기본 동작들을 몸소 구현해보며 얻는 설렘과 흐뭇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왕초보반' 3개월을 보내고 의례적 승급에 따라 '초급반'에 들어가긴 했지만 나의 움직임은 머릿속 이상을 따라가지 못했다. 원했던 만큼 좌절했다.
'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리를 180도로 찢는 건 할 수 없겠어. 90도까지도 겨우 찢고 있잖아? 그리고 이렇게 다리가 찢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어떤 발레 동작도 그럴듯하게 해낼 수가 없다고!'
이번 생에서 취미로라도 즐겨보려던 발레의 세계에서 나는 5개월 만에 자진 낙오했다. 무대 위 발레리나가 돼 춤을 출 것도 아닌 나에게서 '꿈꾸는 시간'조차 앗아간 것은 완벽에 대한 갈망이었다. 결코 두 다리를 일자로 찢을 수 없다는 강박 탓에 춤추는 즐거움마저 버려버렸다. 지난해 이맘때 일이었다.
요즘 핫하다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G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얼마나 완벽한지 문득 궁금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우리의 대화. 나는 초면에 "동작을 완벽하게 할 수 없어서 발레 수업을 아예 포기했다"는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까지 늘어놨다. 그는 "네가 좌절하고 낙담한 걸 이해한다"며 일단 나를 위로해줬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완벽에 집중하기보다 배우고 향상되는 과정을 즐겨봐……네가 발레를 진심으로 즐긴다면 다시 수업에 가는 걸 고려해봐도 좋겠어."
완벽이란 불가능한 것이며 단지 중요한 건 더 낫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이란 게 그 답의 요지였다. 그러고보니 챗GPT, 너 꽤나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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