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9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 발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글로벌 경제 악화로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영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문경영진에 경영을 일임하고 회사를 떠났던 이른바 '회장님'들이 '소방수'를 자처하며 돌아오고 있다. 기업들은 창업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사업 등 핵심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를 열고 서정진 명예회장을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임기는 2년이다. 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는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난 지 2년만이다. 서 명예회장의 선임 안은 오는 3월28일 열리는 각 사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된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도 바이오노트의 경영 일선에 2년 만에 복귀한다. 바이오노트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바이오노트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다. 지난해 12월27일 기준 바이오노트 지분 49.55%를, 지난해 11월14일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 지분 31.60%를 각각 보유했다. 이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실적 추이(단위 : 억원). /그래픽=지용준 기자
회장님들이 직접 나선 이유?
서 명예회장과 조 회장이 경영 복귀는 사업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전략제품 승인과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노트 관계자도 "올해 미국 진출을 위한 원년이 되는 만큼 오너십을 통해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베그젤마와 유플라이마, 램시마SC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공략에 필요한 퍼즐은 하나씩 맞춰 가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사업들은 과감히 재편하고 있다. 해외 유통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셀트리온으로부터 셀트리온USA를 인수하고 암젠, 화이자 등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공 경험이 풍부한 토마스 누스비켈을 미국 법인 최고사업책임자(CCO)로 선임했고 진단키트 사업을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바이오노트도 미국의 동물용 진단 시장 공략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우기에 돌입했다. 관계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2조원 규모에 인수한 미국 진단 기업 메르디안 바이오사이언스(메르디안)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서다.

바이오노트는 메르디안의 분자진단용 원료 경쟁력, 글로벌 브랜드 영업,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경험 등이 합쳐지면서 NGS, mRNA 백신용 효소 등 다양한 제품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디안이 보유한 3000여개의 글로벌 유통망도 동물용 진단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이오노트 실적 추이(단위 : 억원)./그래픽=지용준 기자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창업자를 다시 복귀시키는 배경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BLS)는 올해 1월 CPI(소비자 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3년 1월 완화세를 이어갔지만 속도는 다소 느려졌다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은 장기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수요가 크게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 역시 끝 모를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월 BSI 전망치는 93.5를 기록했다. BSI는 100보다 높으면 전월대비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BSI는 지난 2월(83.1) 대비로는 10.4포인트 반등했지만 지난해 4월(99.1)부터 12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 업종별 3월 BSI는 제조업(91.8)과 비제조업(95.7) 모두 2022년 6월부터 10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며 동반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두 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굵직한 신사업 진출도 예정돼 있는 만큼 창업자를 다시 호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 경영의 장점은 리더십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인 만큼 기업 성장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