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공적자금 15조원 투입' 대우조선, 혈세 회수 가능성은 '글쎄'
②'주인 없는 회사' 대우조선의 저가수주에 멍든 K-조선
③K-조선 1위 지키려면… "빅2 재편해야"
한화그룹의 인수를 앞둔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일부 경쟁당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면서 과거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약 15조원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차후 지분을 매각해 대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투입된 공적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과거 인수 자금으로 6조3000억원을 제시한 한화가 이번 거래에서는 2조원에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 방증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 회수가 요원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국민 혈세로 버틴 '대우조선'… 투입 자금만 15.7조원
대우조선해양의 공적자금 투입내역. /그래픽=김은옥 기자
대우조선은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출자전환, 한도대출, 유상증자 등의 명목으로 15조688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자전환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낮춰주는 것이다. 한도대출은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 상품의 하나로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불린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2000년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1조1700억원을 대우조선에 출자전환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조선산업 침체와 대우조선의 자본잠식 우려 등으로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15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4조2000억원의 한도대출을 제공하며 정상화에 노력했다.

대규모 지원에도 자본잠식 우려가 불거지자 산업은행은 또다시 2016년 유상증자와 출자전환으로 2조1800억원을 수혈했다. 2017년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또다시 한도대출과 출자전환으로 4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시중은행 등도 반강제적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조3100억원을 출자전환했다.


수출입은행은 현재도 자본대여를 통해 대우조선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총 2조3300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연금리 1.0%를 받는 조건으로 사줬다. 영구채란 원금의 상환 없이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30년의 만기를 가지고 있으며 만기 연장횟수 제한이 없는 대신 일정 기간 이후 금리가 인상되는 스탭업 조항이 적용된다.

수출입은행이 매수한 영구채는 지난해부터 같은 신용등급의 무보증회사채(5년물) 금리에 0.25%를 더한 금리를 적용해야 하지만 한화가 인수 의사를 밝히며 2027년까지 연기됐다. 대우조선은 수출입은행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배당 및 주식 소각 등 특정 사유가 아니면 이자 지급을 미뤄도 된다고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시기에 1%대의 저금리 자본대여는 특혜"라며 "이 같은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은 '저가수주'에 나서 해외 선주들 배만 불렸다"고 지적했다.
지분 매각으로 '자금 회수' 가능하다는 정부 주장, 사실일까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막대한 공적자금의 회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이 정상 여신으로 분류되면 대부분 이익으로 환원될 것"이라며 "민간 기업이 (대우조선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주식가격이 올라가면 투입 금액이 상당 부분 회수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대출 등에 한정해 축소 해석한 것으로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은행의 주장대로라면 공적자금은 4조500억원에 불과하다. 2016년 신규자금 대출 2조6000억원, 2017년 한도대출 1조4500억원 등이 전부라는 것이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은 정의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4조원이 넘는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지분 매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수는 5973만8211주로 지난 2월24일 종가(2만5950원) 기준 주식 가치는 1조5502억원에 그친다. 산업은행의 말처럼 한화의 역량으로 대우조선의 가치가 확대돼 주가가 두 배쯤 뛰어도 약 3조원을 회수하는 게 최선이다.

15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이 2조원에 매각된 것을 두고 헐값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마치면 한화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에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한다. 2008년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할 당시 제안한 금액인 6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이다.

공적자금 대위변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화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서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비전이나 청사진을 일절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대우조선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것에 대해 아직 어떻게 하겠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