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이노베이션을 두고 기존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반발이 거세다. /사진=피코이노베이션
▶기사 게재 순서
①100원 팔아 5원 남기는데… 수수료 더 내놓으라는 의약품도매상들
②유통공룡 지오영, 중소제약사서 수수료 받아 해외 유출(?)
"어쩔 수 없는 선택"... 중소제약사, 공동물류 피코이노베이션에 거는 기대
중소제약사들이 모여 출자한 공동 물류 피코이노베이션이 본격 가동을 앞뒀다. 피코이노베이션은 한국제약협동조합을 주축으로 공동 물류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그동안 제약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의약품 보관 창고 부족을 해결하고 낙후된 의약품 유통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다. 이러한 취지와는 달리 기존 의약품 유통(도매)업계는 도매 업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오는 3월9일 경기도 평택 드림산업단지 내 1만7161㎡ 규모의 1차 공동물류 센터 준공식을 개최한다. 이 물류센터는 의약품 총 2만4000셀 규모를 보관할 수 있다. 의약품 특성에 따라 보관할 수 있도록 냉장·냉동 창고를 설치했고 자동 물류 시스템 설비를 갖춰 의약품의 자동 입고와 출고가 가능하다.


피코이노베이션의 단기적 목표는 물류 효율 향상이다. B2B(기업 간 거래) 혹은 B2C(소비자 간 거래)가 이뤄지는 의약품의 물류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고정비용인 물류비용을 변동비용으로 전환해 물류 효율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기존 중소제약사들의 의약품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피코이노베이션에 참여하는 제약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월 동구바이오제약 등 5개사가 피코이노베이션에 주주사로서 초기 출자했다. 이후 지난 1월까지 출자를 완료했거나 출자 예정인 제약사는 총 26곳에 이른다.

제약사 외 타 산업군에 속한 7개의 업체가 피코이노베이션에 참여했다. 이중 물류 업체인 한진은 피코이노베이션에 투자자로 나서며 의약품 유통 사업을 본격화했다. 한진은 피코이노베이션을 통해 약국, 병·의원을 대상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피코이노베이션에 출자했거나 출자 예정인 기업들. /사진=피코이노베이션
피코이노베이션에 반발하는 유통업체들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피코이노베이션의 등장에 반발하고 있다. 피코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온라인 몰인 '피코몰'이 제약사와 병원·약국 간 직거래 방식을 취해서다.
유통 업계는 피코몰을 향해 의약품을 직접 유통하는 것은 '업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피코이노베이션에 출자한 제약사들이 피코몰에 입점할 것으로 전망돼 거래처들이 유통업체와 거래를 끊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월17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제61회 정기총회에선 피코몰을 막기 위해 유통업체가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혜 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은 "제약사의 (피코몰) 현안에 회원사들이 함께 협조해줘야 한다"며 "집행부와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코몰에 대해 중대한 현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그동안 한미약품의 HMP, 대웅제약의 더샵, 일동제약의 일동몰 등 제약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통 사업에 진출했고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유통 사업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피코몰은 사실상 업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피코이노베이션 사업 전략./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미룰 수 없는 유통 구조 개선
중소제약사들 입장에선 유통 구조 개선은 미룰 수 없는 숙제다. 그동안 낙후된 유통 시스템에 회사 영업 인력이 영업 이외 업무를 담당하면서 영업망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피코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은 특수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주요 유통 대상인 병원과 약국의 대금 결제 방식은 선결제가 아닌 후결제로 영업사원들이 주 2회 이상 수금업무에 치중하는 사례가 많다"고 털어놨다.

피코몰의 목표는 직거래를 통한 거래 효율화다. 의약품 전문 E커머스 플랫폼과 유통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약사와 거래처와의 모든 거래를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한다. 그동안 대면을 통해 진행해오던 제약사의 마케팅 활동을 대면과 비대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병원·약국의 결제 문화인 외상·후결제 시스템을 선결제 방식으로 전환해 영업사원이 수금·관리 업무보다 영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병원과 약국 입장에서도 이롭다는 평가다. 피코몰은 병원·약국이 간편히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마다 분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4시간 일괄 주문 방식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피코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피코몰은 기존 제약사들이 약국과 병원에 오프라인 거래 하던 약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해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운영된다"며 "직거래 품목만 전환하는 만큼 기존 유통업체와의 협력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