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Bollywood)란 명칭만큼은 이미 익숙하다. 인도 영화 산업 본고장인 봄베이(Bombay, 1995년 이후 '뭄바이'로 개칭)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다. 다만 지금껏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파두콘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린 데뷔작이 '옴 샨티 옴'(Om Shanti Om, 2007)이라고 했다.
영화는 초지일관 춤과 노래로 범벅돼 있다. 화려하고 감미로워서 꽤 중독성이 있다. 오색 찬란한 인도 전통의상 '레헹가 촐리'(lehenga-choli)를 입고 박자를 맞추는 군무는 호화롭다. 단순하면서도 황당하고 초현실적인 전개다. 홀린 듯 넋 놓고 두 시간을 보냈다. 그 내용이 죽은 뒤 바로 환생한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멋지게 복수하는 유치한(?) 것임을 감안하면, 나름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주인공들이 영어로 대사를 해도 '발리우드 영화'를 구분하는 건 이제 문제없다. 구분할 수 있다는 건 이해한다는 것이다. 인도 영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했다. 이해가 쉬웠던 이유는 줄곧 봐 온 우리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와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다.
인간사를 꿰뚫는 촌철살인 경구들로 사람들을 매혹했던 19세기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가로서의 비평가'라는 글에서 "오직 다른 나라의 예술과 접촉할 때에야 한 나라의 예술이 우리가 국민성이라고 부르는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생명을 얻는다"고 짚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개성을 강화시켜야만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앞서 든 예였다. 어떤 대상이든 차이를 파악하면서 이해하게 된다는 통찰이다. 삶을 통해 죽음을, 현실에 빗대 꿈을, 남자와 비교해 여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건 그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성을 강화해 타인을 더 잘 이해하라는 역설적 일침은 나를 보다 자유롭게 한다.
같아지려 하지 말 것. 자신을 더 뾰족하게 벼림으로써 세상의 다양성을 더 쉽게 이해해 보자. 달라서 경쟁력이 생기는 건 덤이다. 파두콘은 "할리우드로 옮길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나의 임무는 인도에 뿌리를 두고 세계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라고 답했다. 개성을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조민진 작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