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서점에 가면 꼭 잡지 매대를 둘러본다. 시사잡지든 패션잡지든 이번 호 표지모델을 확인하는 건 세상을 인물 중심으로 읽기 좋아하는 내게 언제나 흥미롭다. 표지인물이 마음에 들거나 궁금해지면 잡지를 산다. 얼마 전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을 샀다. 베이지색 오버사이즈 수트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표지모델이 '세계적 스타'(The global star)라는데 얼굴도, 이름도 생소했다. 디피카 파두콘(Deepika Padukone). "세계를 발리우드로 데려온" 인도 배우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무려 7400만여명.
발리우드(Bollywood)란 명칭만큼은 이미 익숙하다. 인도 영화 산업 본고장인 봄베이(Bombay, 1995년 이후 '뭄바이'로 개칭)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다. 다만 지금껏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파두콘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린 데뷔작이 '옴 샨티 옴'(Om Shanti Om, 2007)이라고 했다.

영화는 초지일관 춤과 노래로 범벅돼 있다. 화려하고 감미로워서 꽤 중독성이 있다. 오색 찬란한 인도 전통의상 '레헹가 촐리'(lehenga-choli)를 입고 박자를 맞추는 군무는 호화롭다. 단순하면서도 황당하고 초현실적인 전개다. 홀린 듯 넋 놓고 두 시간을 보냈다. 그 내용이 죽은 뒤 바로 환생한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멋지게 복수하는 유치한(?) 것임을 감안하면, 나름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주인공들이 영어로 대사를 해도 '발리우드 영화'를 구분하는 건 이제 문제없다. 구분할 수 있다는 건 이해한다는 것이다. 인도 영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했다. 이해가 쉬웠던 이유는 줄곧 봐 온 우리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와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다.


인간사를 꿰뚫는 촌철살인 경구들로 사람들을 매혹했던 19세기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가로서의 비평가'라는 글에서 "오직 다른 나라의 예술과 접촉할 때에야 한 나라의 예술이 우리가 국민성이라고 부르는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생명을 얻는다"고 짚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개성을 강화시켜야만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앞서 든 예였다. 어떤 대상이든 차이를 파악하면서 이해하게 된다는 통찰이다. 삶을 통해 죽음을, 현실에 빗대 꿈을, 남자와 비교해 여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건 그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성을 강화해 타인을 더 잘 이해하라는 역설적 일침은 나를 보다 자유롭게 한다.

같아지려 하지 말 것. 자신을 더 뾰족하게 벼림으로써 세상의 다양성을 더 쉽게 이해해 보자. 달라서 경쟁력이 생기는 건 덤이다. 파두콘은 "할리우드로 옮길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나의 임무는 인도에 뿌리를 두고 세계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라고 답했다. 개성을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조민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