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끌인(引)'에 '쓸용(用)'. 한자어 '인용'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말이나 글을 자신의 말 속에 끌어 쓴다'이다.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인용을 하게 되는데 간결하고 적절할 경우 효과가 좋다. 나의 메시지에 힘을 보태준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대목이나 문장을 만나면 기억하거나 베껴 써 두는 이유다. 물론 인용을 남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누군가의 말과 글을 끌어 쓸 때는 꽤 까다로워진다. 인용은 흠모와 동의의 뜻도 되기 때문이다. 누구의 어떤 말을 인용했는지를 보면서 그 사람의 지향점이나 철학 따위를 미뤄 짐작할 때가 많다. 아무나 인용하고 싶지 않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를 처음 말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고 한다. 이 말이 내게 각인된 건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으면서였다. 잡스가 영입했던 유명 홍보 전문가 레지스 매케나가 애플Ⅱ 제품을 소개하는 팸플릿 상단에 다빈치의 말을 찍어 넣었고, 이후 잡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의 핵심이 됐다고 했다. 잡스가 인용한 다빈치가 사실상 그를 도와 애플의 철학을 만든 셈이다. 잡스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무척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였다. 무작정 인용했을 리 없다. 다빈치 말을 뼈대 삼아 자신과 회사의 정체성을 굳혔다. 쓰기에 단순한 제품은 치밀하게 고안된 것이었다.

자기계발의 본질이 결국 '인용'에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은 많은 경우 닮고 싶은 이를 관찰하고 모방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롤모델의 면모와 장점들을 내 삶 속에 끌어와 구현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 내가 나를 돕는 것이지만, 결국 내가 인용하는 사람이 나를 돕는 셈이기도 하다.


20세기 현대 자기계발 분야의 거장 나폴레온 힐은 저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에서 자신의 성공비법을 밝혔다. 바로 '상상 자문 회의'였다. 에머슨, 페인, 에디슨, 다윈, 링컨, 버뱅크, 나폴레옹, 포드, 카네기. "오랫동안 이 아홉 사람을 '보이지 않는 자문'이라고 부르며 상상 자문 회의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상상 속에서 자신이 흠모하고 존경하는 이들을 불러 모아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상상 속에서 그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구했고 그 조언에 따라 자신의 인격과 모습을 다듬어 나갔다. 앞서간 위인들의 말과 글을 깊이 연구하고 공부했기에 살면서 적극적으로 모방할 수 있었다. 힐의 머릿속에서 되살아난 인물들이 그의 성공을 도왔던 것이다.

삶 속에 끌어와 본받을 사람은 신중하게 잘 골라야 한다. 결국 그 사람이 나를 돕는 사람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인용은 끌어당김이고 비전이다. 닮고 싶은 열망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선 스티브 잡스와 나폴레온 힐이 나를 도왔다. 시대와 분야를 달리하는 두 사람을 한꺼번에 인용한 건 나의 욕심 탓이다.

조민진 작가